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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발현된 근대국가 개념은 동양과 크게 다르다. 서양에서 국가 의미로 Polis, Republic, Commonweath, Realm, State 등이 경합을 벌였다. 그 가운데 스테이트(State)가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언어가 됐다. 스테이트는 양식을 세운다는 뜻의 라틴어 스타투스(Status)에서 유래했다. 사람의 계급이나 지위 또는 제도나 정치조직의 나아갈 지표로 공공복리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언급했던 ‘Status Repulicae’는 바로 공화국을 의미한다. 14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왕국의 공공복리 상태를 의미하는 ’State of Realm‘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로마법에서 유래되는 ‘Status Republicae’는 왕국의 통치 개선을 위한 정치적·행정적 용어로 사용됐다. 당시 인문주의자 토머스 모어 (T. Moore)의 저서 <유토피아 Utopia> 원제목이 ‘최선의 국가상태’(Optimus Status Republicae)였다.

서양문명을 한자어로 개념화했던 일본 명치시대 철학자 후쿠자와 유키치는 스테이트(State)를 한자어인 국가(國家)로 번역했다. 상형문자로서 ‘국가’는 혈연집단과 제사의식, 군사적 유대로 천하를 한가족으로 만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왜 후쿠자와는 서양의 국가개념과 확연히 차별되는 ‘국가’라는 한자어로 번역했을까? 사실 막부 말기까지 국가라는 의미보다 천하라는 의미가 보편적으로 통용됐다. 국가라는 의미는 지방의 지배자였던 다이묘의 관할지역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명치 철학자들은 천황 중심의 새로운 행정관료 조직을 원했고, 그 양식을 다이묘로 인식된 서양의 ‘스테이트’ 개념에서 찾았다.

구한말 기독교 계몽선구자들의 근대조선 만들기 노력은 일제 식민시대로 좌절됐다. 대신 지나친 저항적 민족주의 개념이 창궐했다. 그 결과 신화에 기반한 혈족적 민족지상주의가 판을 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5000년 역사 속 한민족이란 환상이 남북을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적 국가 개념인 천하일가(天下一家)다. 남북의 민족지상주의 국가인식은 사회주의적 전체주의사회로 가는 첩경이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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