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지난 9월 9일 공개된 지 불과 5일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분 글로벌 톱 3위에 등극할 정도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리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본 스토리가 수리남에서 마약을 밀매한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매우 현실적이라는 데 있다. 리얼리티에서 비롯된 만큼 이 드라마가 내외적으로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현재와 동질감을 지니고 있으며,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글로벌 미디어의 현실 속 국제적인 파급력이다. 실제 존재하는 국가인 ‘수리남’ 이름 그대로를 사용하여 자국을 마약과 부정부패에 찌든 국가처럼 연출했다는 이유로 수리남 정부는 제작진에 공개 항의를 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여기서 핵심은 국가 지도층에서 부정부패가 난무하면 글로벌 미디어를 통해 국제적으로 국가 이미지가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서 벌어진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각종 비리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만약 정권교체가 되지 않고 이러한 적폐가 계속 쌓였다면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영화가 제작됐을지도 모른다. 마약이라는 자극적인 범죄소재가 아닐 뿐, 권력유착 부정부패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로 방영되는 OTT라는 미디어의 특성으로 인해, 국가내부 권력층의 도덕성은 국가 브랜드와 그대로 직결되는 시대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스타일이다. 그는 주로 마초적인 캐릭터의 배우들이 열연하는 상남자들 스토리 중심의 영화들을 연출해왔다. 장르 스펙트럼이 좁다고는 평하지만, 그만큼 ‘윤종빈 스타일’은 대중한테 매우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일관된 스타일이 윤종빈표 영화에 열광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처럼,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판으로 불러낸 이유도 마찬가지다. ‘강골 검사’ 출신이라는 일관된 스타일로 ‘적폐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윤종빈 감독의 대표작 또한 ‘범죄와의 전쟁’이다.

셋째, ‘수리남’의 방영시점에 따른 반응이다. 수리남은 지난 9월 9일에 넷플릭스에서 첫 공개됐는데, 그날은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위반 관련 공소시효 만료일이었다. 물론 추석 연휴를 타겟으로 개봉했기 때문에 우연히 날짜가 일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일부 흥미로운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추석연휴 동안 주요 뉴스들은 이재명 당대표의 검찰 소환과 관련된 이슈로 넘쳐났는데, 이때문인지 ‘수리남’을 보고 영화 ‘아수라’가 연상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수라’와 ‘수리남’이 같은 느와르 장르이며, 권력자가 마약거래를 통해 이권을 챙기고 불법을 저지른다는 스토리 설정도 비슷하다. 재미있는 점은 ‘수리남’의 황정민 배역이 ‘아수라’의 ‘안남시장’을 강제 소환했다는 것이다. ‘수리남’과 다르게 ‘아수라’ 속 안남시장은 실화 바탕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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