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거리에서 차들이 친러시아 구호가 적힌 옥외 광고판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
2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거리에서 차들이 친러시아 구호가 적힌 옥외 광고판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 합병 주민투표를 일제히 추진한다. 11월 4일 ‘국민 통합의 날’ 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거센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 공세에 일정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행정부들이 이달 23~27일 러시아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주민 다수가 러시아계인 돈바스 지역, 그외 남부 자포리자주·헤르손주등 러시아 점령지 전체가 주민투표 실지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극동부인 돈바스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은 이미 2014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州 루한스크州에서 친러시아 세력이 자치를 선포한 공화국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진입 직전 이들의 독립을 승인했다. 이 지역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침공이 아닌 ‘특수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 온 이유이기도 했다. 자포리자와 헤르손은 2월 말 전쟁 초기 대부분의 영토가 러시아에 점령됐다.

8년 전 크림반도 합병 때와 동일한 수순이다. 2014년 크림반도에서 러시아로의 합병 여부에 관한 주민투표가 이뤄졌다. 투표 결과는 압도적인 찬성(96.6%)이었다. 원래 러시아계 내지 친러시아 성향 주민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헌법에 따르면 영토변경 관련 주민투표는 해당 지역뿐 아니라 국가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섰고 미국 및 서방이 가세했으나, 러시아는 투표 전후 약 20일 만에 합병작업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 주에서 이와 비슷한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역시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의 불법, 가짜투표"라며 맹비난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정례 연설에서 "러시아는 또다른 사이비 주민투표를 조직하려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가짜투표"로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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