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구축함 ‘프레블’호에서 시범운용 중인 록히드마틴의 60㎾급 함정용 레이저 무기 ‘헬리오스(HELIOS)’ 이미지. 덩치가 작은 드론과 마하의 속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도록 구축함의 표적 탐지·추적레이더와 시스템이 통합돼 있다. /록히드마틴
미 구축함 ‘프레블’호에서 시범운용 중인 록히드마틴의 60㎾급 함정용 레이저 무기 ‘헬리오스(HELIOS)’ 이미지. 덩치가 작은 드론과 마하의 속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도록 구축함의 표적 탐지·추적레이더와 시스템이 통합돼 있다. /록히드마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을 향한 중국의 잇따른 무력시위로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군사 강국들을 중심으로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신무기 하나가 전력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출력 레이저를 활용한 에너지 무기가 그 주인공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수년 내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레이저 무기의 실전배치가 본격화되면서 공상과학(SF) 영화 ‘스타워즈’에서와 같은 ‘빛의 전쟁’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론·미사일 킬러=최근 미국에서 천조국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이 차량에 탑재하는 레이저 무기를 펜타곤에 납품했다는 것이다.

펜타곤이 이끄는 ‘고에너지 레이저 스케일링 이니셔티브(HELSI)’의 일환으로 개발된 이 무기는 출력 300㎾의 레이저로 목표물을 파괴한다. 세부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록히드마틴에 의하면 약 5초간 타깃에 빔을 집중하면 드론부터 소형 함정, 포탄, 미사일까지 고열로 꿰뚫어 버린다. 현재 미 육군이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실전배치 목표는 2024년이다.

앞서 록히드마틴은 지난 8월에도 함정에 특화된 시제품 레이저 무기를 미 해군에 납품했다. ‘헬리오스(HELIOS)’로 명명된 이 무기의 출력은 60㎾로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프레블’호에서 시범운용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이를 통해 적 미사일이나 드론 편대의 공격에 대한 방호력 향상이 입증되면 상륙함·순양함·항공모함 등에도 추가 채용을 제안할 계획이다.

미국의 또다른 방산기업 레이시온도 지난 5월 미 육군의 장갑차 ‘스트라이커(Stryker)’에 50㎾급 레이저 무기 ‘가디언’을 장착해 시험하고 있다. 지금껏 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 실험장에서 다수의 드론과 60㎜ 포탄을 완벽히 요격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00만달러 VS 1달러=이 같은 레이저 무기는 차세대 공격·방어무기로서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예컨대 레이저는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총알이나 포탄과 달리 일직선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탄도 계산이 필요 없다. 속도도 광속(초속 30만㎞)이라 조준 정확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요 군사 전문가들이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무력화할 유일한 대안으로 레이저 무기를 꼽는 이유다.

또한 레이저는 발사 시 소음이 없다. 비가시성 레이저를 사용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만큼 기습공격에 용이하고 발사지점을 숨겨 적의 반격을 피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메리트는 단연 경제성이다. 미국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 한 발당 300만달러(약 42억원), 우리나라의 중고도 요격미사일 ‘천궁2’도 한 발당 가격이 17억원에 달하는 반면 레이저 무기의 회당 발사비용은 1달러 이하의 전기료뿐이다. 사실상 운용비가 거의 들지 않는 셈이다. 초기비용, 즉 발사장치의 제작비가 아직 수천억원 이상으로 부담스럽지만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전수전 공중전=육해공 모두에서 탁월한 효용성을 발휘할 레이저 무기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이스라엘도 일찍부터 관련기술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면서 주목할 만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 올 4월에는 군수기업 라파엘 디펜스가 개발한 100㎾급 지상 레이저 무기로 수㎞ 밖 드론과 박격포탄·로켓탄·대전차미사일을 공중 폭파시키는 일련의 실험에 성공했다.

향후 1년여의 시범운용을 거쳐 2024년께 기존 ‘아이언돔’ 방공망을 보완할 사거리 20㎞의 레이저 무기 방공망 ‘아이언빔(Iron Beam)’을 구축하는 것이 이스라엘 국방부의 목표다.

러시아와 중국 역시 일정 수준의 레이저 무기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러시아 현지언론들은 지난 5월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의 말을 빌려 우크라이나 전장에 ‘페레스베트’로 불리는 유효사거리 5㎞의 레이저 무기시스템을 배치했다고 보도했고 중국은 지난해 전술차량에 탑재한 30㎾급 레이저 무기를 선보인 바 있다.

가성비 만점의 K-무기를 앞세워 세계 5대 방산수출국 도약을 노리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한화, LIG넥스원 등에서 레이저 기반 에너지 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은 미래도전 국방기술사업을 통해 100㎾급 고출력 레이저 무기체계의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스라엘의 군수기업 라파엘 디펜스의 레이저 무기. 지난해 6월 경비행기에 실려 공중에서 1㎞ 밖 드론을 격추한데 이어 올 4월에는 지상에서 드론과 박격포탄·로켓탄·대전차미사일을 100% 성공률로 요격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이스라엘의 군수기업 라파엘 디펜스의 레이저 무기. 지난해 6월 경비행기에 실려 공중에서 1㎞ 밖 드론을 격추한데 이어 올 4월에는 지상에서 드론과 박격포탄·로켓탄·대전차미사일을 100% 성공률로 요격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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