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가 우울증세의 조기 발견과 치료, 자살 예방을 위해 성인이라면 증상 유무와 상관 없이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게티이미지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가 우울증세의 조기 발견과 치료, 자살 예방을 위해 성인이라면 증상 유무와 상관 없이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게티이미지

성인이라면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대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의 권고가 나왔다. 불안장애는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울 만큼 걱정과 근심이 지나친 심리상태로 심계항진, 호흡곤란, 근육경직, 두통 등의 신체 증상이 수반되기도 한다.

USPSTF는 의학적 검사가 두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효과가 크다는 최근의 연구결과에 근거해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USPSTF가 성인의 정신질환 검사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고안을 이끌어 낸 연구는 미국 카이저 퍼마넌트 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오코너 박사팀이 발표했다. 연구팀은 1차 의료기관의 진료의사들이 자살위험이 있는 환자들을 판별해 조치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는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관련 연구 논문 173편의 자료를 종합해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 위험 검사의 득과 실을 분석했다. 분석대상 논문의 임상시험 대상 인원은 총 850만명에 이른다.

그 결과 특정한 증상이 없더라도 우울증 검사를 받으면 6~12개월 후 우울증이나 임상적으로 중요한 우울증세 발생률의 유의미한 감소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안장애 역시 검사에 따른 예방 효과가 크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오히려 자살 위험도 검사는 유익성과 유해성을 가리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USPSTF는 판단했다.

이에 USPSTF는 노인과 임신·산후 중의 여성을 포함한 모든 성인에게 우울증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다만 불안장애 검사는 64세 이하의 성인으로 권고 대상을 한정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검사의 효과를 확신키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참고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2020년 기준 120만명이 자살을 시도해 4만6000여명이 숨졌다. 자살 시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인데 미국 뉴욕시립대 보건대학원 레니 굿윈 교수팀의 연구 결과, 미국은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도 상황이 심각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의료기관 진료를 받은 환자가 무려 172만986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인 2019년의 151만4507명 대비 14.2% 늘어난 숫자다.

특히 20대 환자가 같은 기간 19만6768명에서 28만99명으로 42.3% 증가해 젊은층이 코로나블루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USPSTF의 권고안은 초안 상태로 온라인에 게시됐으며 오는 10월 17일까지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권고수준은 B등급이다. USPSTF의 지침은 A,B,C,D 4등급으로 나뉘며 A등급은 확실히 상당한 효과, B등급은 일정 효과가 확실한 경우를 의미한다.

한편 USPSTF는 독립기관이지만 미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의사와 과학자들로 구성되고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전액 지원받고 있어 사실상 정부 기관으로 인식된다. 권고안에는 구속력이 없지만 의료보험 회사들이 약물이나 의료처치의 보험급여 기준을 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가 우울증세의 조기 발견과 치료, 자살 예방을 위해 성인이라면 증상 유무와 상관 없이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가 우울증세의 조기 발견과 치료, 자살 예방을 위해 성인이라면 증상 유무와 상관 없이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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