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켈로나의 한 식료품점 선반이 거의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켈로나의 한 식료품점 선반이 거의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

"이제 그 누구도 1달러 피자를 파는 게 불가능하다. 더 버틸 수 없다." 존폐 위기에 몰린 것은 미국 뉴욕의 명물인 1달러 피자만이 아니다. ‘누텔라’도 ‘감자튀김’도 존망을 다투고 있다. 밀가루·육류 등 식자재 가격의 상승, 식품 공급망 전반의 축소 때문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단돈 1달러(한화 약 1190원)에 피자 한 조각을 판매하는 뉴욕의 전문점이 급등한 물가 탓에 폐점을 고심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 수십 개에 달하는 뉴욕시의 1달러 피자 업체가 비슷한 형편이다. 2009년 문을 연 ‘99센트 핫 피자’는 한때 시내 9곳의 지점을 운영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3곳의 문을 닫았다.

이 업체는 최근 피자 가격을 1달러에서 1달러 50센트로 인상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가뭄 탓에 밀가루 가격 뿐 아니라 육류 가격도 상승, 우유 생산이 줄자 치즈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중이다. 이탈리아에서 수입되는 토마토 통조림과 인도산 칠리는 해상 물류 대란으로 가격이 뛰었다. 게다가 일손 부족 때문에 인권비까지 천정부지다.

같은 현상은 일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항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감자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일본 맥도널드는 한시적으로 ‘소(小)’사이즈의 감자튀김만 팔기로 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맥도널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컨테이너 부족 등 물류대란을 겪고 있으며, 최근 캐나다 서해안 항구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가공 감자 수입이 늦어지고 있다. 앞서 일본 맥도널드는 영국에서 우유를 확보하는 게 어려워지자, 8월 밀크셰이크와 병 음료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일본 와인 기업 ‘메르시안’ 역시 미국으로부터 원료용 와인 수입이 늦어져 일부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헤이즐넛이 주된 원료인 누텔라 잼 또한 한동안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라화 가치 폭락에 따른 비료·씨앗·농약 등 비용의 급등으로 터키 농가들의 헤이즐넛 생산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지난해 1톤당 215달러였던 수입 비료 가격은 650달러로 3배가량 치솟았다. 터키 정부가 물가 상승률 21%에 맞춰 내년도 최저임금을 50% 인상하기로 결정해 인건비도 껑충 뛰었다.

원재료 가격·최저임금·물가 상승으로 외식이나 장보기도 힘들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중국발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부른 공급망 불안에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까지 겹쳐 상황은 악화일로다. 인도는 최근 주요 농산물에 대한 선물 거래를 금후 1년간 멈추기로 하는 등 식자재 공급망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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