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매파(금리인상 선호)' 기조를 이어가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매파(금리인상 선호)' 기조를 이어가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꺼내든 카드인 자이언트스텝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미 연준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린 이후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는데, 오는 11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공산이 큰 상태다.

이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다음 FOMC 정례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게 되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이 단행되는 셈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높이려고 결심한 만큼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책을 늦춘다면 고통이 더 커질 뿐"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경제에 대한 다양한 고려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강한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뜀박질하고 있다.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은 물론 자국 통화의 약세로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일본·브라질·대만·스위스 중앙은행은 조만간 기준금리를 조정하는데, 일본과 브라질을 제외한 대다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영국은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르웨이도 연 1.75%에서 연 2.25%로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연 5.5%에서 연 6.25%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폭을 모두 합하면 5%를 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시대 역시 막을 내릴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연 -0.25%인 스위스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경우 기준금리가 연 0.5%가 돼 지난 2014년 이후 8년 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종료된다.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던 덴마크도 이달 초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연 0.65%로 올렸다. 유럽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자취를 감추면 주요국 가운데 금리가 마이너스인 곳은 일본만 남게 된다.

이처럼 주요국 중앙은행이 동시다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함께 강달러에 직격탄을 맞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미 중국 위안화는 지난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포치(破七)가 무너졌다. 위안·달러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것이다. 엔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 달러와 유로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1유로=1달러)가 무너지며 20여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영국 파운드 가치도 37년 만의 최저치 기록했다.

달러 강세가 신흥국 통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올 들어 이집트 파운드는 달러 대비 18%, 헝가리 포린트는 20% 폭락했다. 달러가치가 높아지면 이들이 갚아야 할 달러 표시 부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는 830억 달러(약 115조66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진짜’ 강달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 통화긴축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올들어 189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원화의 절하 속도가 다른 통화보다 빠른 것은 이 같은 요인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최근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중고에 내년 성장률은 2%선도 장담하기 어려운 복합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간 무역수지 적자도 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대외 변수가 워낙 커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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