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회고록을 냈다. 제목은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제목은 좋은 것 같다. 주목되는 내용은 ‘민주당의 자기반성’ 부분인데, 이 전 대표의 국내정치에 대한 인식이 반영됐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제기했던 사람이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이유로 부동산 정책과 인사 실패 등을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아파트값이 100%(2배) 올랐으니, ‘부동산 실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대표적인 인사 실패로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앉힌 것’이라는데, 그 배경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지 않았더라면 윤 총장이 대선 후보로 나올 일도 없었고, 따라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라면, 너무나 당연한 초딩 수준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게 아니라, 윤석열 총장 대신 청와대와 민주당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는 검사를 검찰총장에 앉혔더라면 ‘조국·추미애 사태’ 같은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라면, 이는 전형적인 논리 모순이다.

문재인·이해찬의 민주당이 어떻게 집권했나? JTBC 등의 최순실 태블릿 거짓 보도와 민주당의 탄핵 선동, 그리고 박지원·김무성 등의 정치 야합이 합세해서 현직 대통령을 내쫓고 판을 뒤집은 게 아닌가. 그 과정에서 박영수 특검의 ‘법률적 포장’에 윤석열 검사가 동원된 것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사실이다. 윤석열 검사는 문재인 정권 탄생에 ‘공신’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했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도 ‘법대로’ 수사했을 뿐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사실이 이러함에도 법대로 수사하는 검사를 검찰총장에 앉힌 것이 ‘대표적인 인사 실패’라? 진실은 그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대표적 실패’가 아닌가.

이해찬 전 대표의 회고록에서 ‘범죄자 이재명’을 "정말 훌륭한 정치인"으로 칭송한 대목에선 할말을 잊는다. 이미 몸도 정신도 다 늙어버린 타락한 정치인의 모습이 어른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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