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民學 『지도자의 길』 (中) 박세일著
安民學 『지도자의 길』 (中) 박세일著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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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安民學堂(가칭)에서 유가의 고전의 하나인 <대학>을 공부하고 그 공부결과를 일단 정리하는 의미에서 쓴 글이다. 2016년 2월 26일 안민학당에서 발표하고 함께 토론한 글이다. 차후에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안민학/경세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체계를 만들어 나갈 때 첫 부분이 指導者論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글이-- 비록 부족함이 많아도-- 우리나라에서 안민학/경세학을 만들어 나가는데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박세일

 

2: 비전과 방략

지도자는 그가 지도하는 그 공동체가 나아갈 역사적 방향,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와 해결방식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풀려면 다시 강조하지만 우선 백성의 입장에서 천하의 일을 볼 수 있는 以天下觀天下의 마음이 기본이 된다. 그러나 이 비전과 방략의 문제를 풀려면 愛民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상당한 정도의 정책전문성 즉 세계흐름에 대한 상당한 통찰, 국가운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문적 식견 등이 요구된다.

지도자가 큰 비전과 큰 방략을 세우려면 가장 먼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떠한 시대인가에 대한 판단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 우선 시대에 대한 자기판단이 있어야 하다. <시대의 정신>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읽음이 있어야 하다. 지금 이 시대는 어떠한 시대인가? 이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에 대한 판단이 서야, 이 시대의 국가비전은 무엇이어야 하고 주요한 국정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의 문제가 풀린다. 그리고 이들 문제를 풀기 위하여 어떠한 국가조직이 필요하고 어떠한 인재들을 모아 힘을 합쳐야 하는가? 등등의 문제가 풀려 나간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일반적으로 시대구분에는 3가지가 있다.6) 첫째는 創業의 시대 둘째는 守成의 시대 셋째는 更張의 시대이다. 지도자가 공동체의 비전과 방략을 세우려면 그 공동체--국가공동체--가 지금 창업의 단계에 있는가? 수성의 단계에 있는가? 아니면 경장(개혁)의 단계에 있는가? 를 먼저 판단하여야 한다. 거기에 따라 국가비전과 방략이 달라진다. 창업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혁명의 단계이다. 달려가던 차를 세우고 엔진과 타이어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수성은 이미 창업된 역사를 잘 지키고 유지하고 관리하는 단계이다. 차를 세워놓고 가스를 넣고 기름을 칠하고 하는 것이다. 마지막 경장은 창업된 역사가 시간이 감에 따라 낡고 부패하고 기득권화되는 것을 새롭게 고치고 개혁하는 단계이다. 달려가는 차 속에서 엔진과 타이어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 국가공동체가 처하여 있는 역사발전의 단계가 창업이냐 수성이냐 경장이냐에 따라 국가비전과 방략이 달라진다. 국정의 어젠다도 정책적 주장도 국민적 설득도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리더십의 형식과 내용이 달라진다.

6) 이러한 시대구분--창업 수성 경장--을 한 분은 이율곡 선생이시다. 율곡이전에 어떠한 학자가 유사한 시대구분을 했는지는 필자의 과문으로 알지 못한다.

 

창업의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革命的 리더십(revolutionary leadership)이다 기존 체제를 뒤 엎는 리더십이다. 수성의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去來的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이다. 이해관계 집단들의 이해를 잘 조정하고, 이익의 교환을 잘 주선하는 그래서 현실을 잘 관리하는 리더십이다. 그리고 경장시대의 리더십은 改革的 變革的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 이다. 기존체제의 근간은 유지하되 그 동안 오래되고 낡은 제도와 관행을 혁파하고 기득권구조를 재구축하는 리더십이 개혁적 변혁적 리더십이다. 이와 같이 시대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크게 다르다. 그래서 지도자는 시대를 잘 보고 지금이 창업의 시대인가 수성의 시대인가 경장의 시대인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 되는 리더십이 혁명적 리더십인가 거래적 리더십인가 개혁적 리더십인가를 잘 읽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team이 시대의 요구에 맞는 리더십인가를 점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십이 되도록 철저히 준비하여야 한다.

다음은 시대가 창업의 시대인가 수성의 시대인가 경장의 시대인가 와는 관련 없이 어느 국가공동체이든 반드시 풀어야 할 4가지 기본과제가 있다. 지도자는 이들 국가과제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하고 그 과제해결의 큰 방략을 준비하여야 한다.

첫째는 富民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길에서 가장 먼저 할 것은 부민이다.(汎治國之道 必先富民: 管子) 부민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들에게 생업을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明君 制民之産: 맹자) 또한 모든 국민들이 어느 수준의 떳떳한 자산을 가져야 떳떳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생업을 마련해 줄 뿐 아니라 그 생업이 떳떳한 재산을 만들 수 있는 생업이 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制民恒産: 율곡)

이와 함께 그 사회에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겐 별도의 관심을 두어야 한다. 환과고독(鰥寡孤獨--홀아비 과부 부모없는 아이, 자식없는 노인--에 대한 나라의 救恤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도자가 될 사람은 어떻게 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고 국민들에게 마땅한 그리고 떳떳한 생업을 제공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고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 대하여 구휼의 방략을 세워야 한다. 경제발전의 구상없이 지도자가 되려면 안 된다.

둘째는 興敎이다. 모든 국민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교육을 대대적으로 진작해야 한다. 한마디로 교육입국이다 교육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최고의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사회적 분업체계 속에서 바람직한 생산적인 생업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이 살아가는 道를 가르치는 것이다. 인간이 禽獸와 다른 것은 인륜--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孝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수사회가 아니고 인간사회를 만들려면 교육에서는 반드시 이 인륜을 가르쳐야 한다.(敎以人倫 맹자) 따라서 지도자는 흥교 즉 교육개혁을 고민해야 하고 그 대략의 방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는 紀綱이다 국가에는 기강이 있어야 한다. 옛날 선비들은 기강은 국가의 원기라고 하였다.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반드시 기강이 서야 한다. 기강이 서려면 두 가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信賞必罰이 정착되어야 한다. 공정한 상벌 없이 그 사회에 기강은 서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유능하고 유덕한 인재가 윗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무능하고 무도한 사람들이 윗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어진이가 위에 있어야 하지 간사한 자들이 위에 있어서는 그 나라에 정신적 도덕적 기강이 서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신적 리더십 도덕적 리더십 없이 한 나라에 기강은 서지 않는다. 그런데 신상필벌의 법치를 세우는 일도 그리고 유능하고 유덕한 인재를 윗자리에 앉히는 일도 모두 사실은 최고지도자가 無私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사심이 많으면 해내지 못 한다. 여하튼 지도자가 될 사람은 어떻게 공정한 상벌체계를 세우고 현명한 인재들을 국가의 윗자리에 모실 것인가 그래서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인가 그 방책을 고민하고 방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넷째는 外治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國防과 外交이다. 나라의 국가주권 국민주권을 지키려면 국방이 튼튼하여야 하고 외교가 유능하여야 한다. 국방과 외교는 국가의 독립성과 자주성의 기본전제가 된다. 국가공동체성 유지와 발전의 필수조건이다. 어떻게 한 나라가 처하여 있는 지정학적 지경학적 비교우위를 잘 활용하여 세계중심국가의 역할을 할 것인가. 천하국가의 역할을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튼튼한 국방전략과 유능한 외교전략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국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을 반드시 국방과 외교의 대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가지도자는 최소한 지금의 시대가 창업의 시대인가? 수성의 시대인가? 경장이 요구되는 시대인가? 를 정확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거기에 따라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달라져야 하고, 국정운영의 우선순위가 달라져야 하고, 인재구성과 조직체계가 달아져야 하다. 이와 함께 4가지 기본적 국정최고과제--富民 興敎 紀綱 外治--에 대한 자기철학과 소신과 정책구상이 있어야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세계흐름에 대한 파악 국정운영의 경륜 그리고 개별 국정과제에 대한 정책전문성이 대단히 높은 수준으로 요구되는 것 같다. 과연 그것이 바람직하지만 가능한가?

물론 세종대왕처럼 애민정신을 가지면서도 깊은 사색과 독서를 통하여 국정운영의 전문적 식견에서도 신하들 못지않은 아니 그이상의 탁월한 수준의 경륜을 가진 지도자라면 문제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도자는 국정운영의 세세한 부분에 대한 전문성은 크게 부족한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세계의 흐름을 읽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지도자는 두 가지 노력을 하여야 한다. 첫째는 천하의 대략을 통찰하는 안목을 스스로 기르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둘째는 천하의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그들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하여야 한다.

우선 지도자 스스로 <천하의 대략>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우선 지도자는 국정운영의 상세한 것을 알기도 어렵지만 알 필요도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 <전체의 대략>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이고 시대정신이 무엇이고 바람직한 국가비전과 전략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큰 그림>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있어야 한다. 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문제--富民 興敎 紀綱---의 방략과 공동체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 주요변화에 대한 대응전략--外治--대한 大綱도 반드시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이상의 모든 문제에 대한 <대략의 식견과 철학과 소신>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래야 함께 일할 staff들이 제출하는 정책건의 당부를 구별할 안목이 생긴다. 상세한 것은 필요 없어도 큰 대략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안 되는 지도자는 그래서 국가경영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盲目이면,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지도자는 미리 미리 공부를 하여야 한다. 적어도 국가비전과 국가전략, 국정운영과 국가정책의 큰 방향과 대략을 이해하는 공부는 애민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여야 한다.

적어도 지도자를 희망하는 사람은 두 가지를 자신에게 불어봐야 한다. 첫째 나는 왜 정치를 하려는가? 나는 왜 지도자가 되려 하는가? 둘째는 나는 어떠한 정치를 하려 하는가? 나는 어떠한 지도자가 되려하는가? 내가 성취하고 싶은 정치는 어떤 정치인가? 내가 세우려는 나라는 어떠한 비전과 전략은 가진 나라인가? 이 두 문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답을 얻는 후 지도자의 길을, 즉 정치의 길을 걸어야 한다.

지도자의 첫 번째 과제가 自己學習이라면, 두 번째 과제는 천하의 최고 인재를 모으는 일이다. 앞에서 지도자가 되려면 국가비전과 전략에 대한 대략적 이해와 파악은 기본이라고 하였다. 상세한 것은 모를 수 있다. 아니 지도자가 다 알 필요도 없다. 그러나 국정운영에는 대략만 가지고 안 된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것이 필요하다. 이 상세하고 구체적인 것을 보충하고 보완하는 일이 실은 최고 인재들의 역할이다. 그래서 천하의 최고인재를 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지도자가 할 두 번째 과제이다.

국정운영은 본래가 지도자 혼자가 자기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천하의 머리로 하는 것이다.(集天下之智 決天下之事: 율곡)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7) 그러려면 천하의 인재를 모아야 하고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하다. 천하의 인재를 모으되 반드시 <스승같은 인재>를 모아야 한다. 임금의 말만 잘 듣는 학생 같은 인재를 모아서는 천하의 머리를 모아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맹자가 임금주위에선 스승 같은 사람 즉 자기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둔 나라는 발전하고 학생 같은 사람 즉 자기가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을 신하로 많이 둔 나라는 어렵다고 하였다.(맹자 公孫丑章句 下)

7) 율곡은 임금이 천하의 눈을 자신의 눈으로 삼으면 눈이 밝아 보지 못할 것이 없다( 以天下之目爲目 則明無不見)고 주장한다. 여기서의 천하의 눈이란 백성의 눈이고 현신의 눈이다.

<이 글은 下편(3. 求賢과 善聽 편) 으로 이어집니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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