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총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총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오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비확산 체제의 의무를 무모하게 무시하며 유럽을 상대로 공공연한 핵 위협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사람이 선택한 매우 파렴치한(shamelessly) 전쟁"이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표’ 단 몇 시간만에 나온 발언이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에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핵무기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준비 중인 주민투표에 대해 "매우 중대한 유엔헌장 위반"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적했다. 권위주의 국가들의 ‘핵 위협’을 비난하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 체제 및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는 게 연설의 골자였다.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이 권위주의 국가로 하나하나 거론됐다.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하려 노력했으나 북한은 지속해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해 왔다." 북한 언급은 이것 뿐이지만 강한 태도가 읽힌다. 29분간 연설에서 줄곧 북한을 ‘North Korea’ 대신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지칭했다. ‘인민공화국’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 합의’(JCPOA) 복원 최종 합의만을 남겨놓고 대립 중인 이란에 대해서 입장을 재천명했다. "미국은 분명하다.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허용치 않을 것이다." 미중 관계와 관련해선 "갈등도 냉전도 원치 않는다"면서, ‘하나의 중국’이나 대만문제를 겨냥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화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상임·비상임이사국 의석 확대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상임이사국은 현재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총5개국 뿐이다.

한편 같은날 모스크바에선 푸틴 대통령이 건국 1160주년 기념축사를 했다. "러시아는 존재 자체를 위협 받았다", "공갈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최대 30만 명의 군 동원령을 발동한 직후의 연설이었다.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 편인 미국과 일반적인 국가 간 소통이나 핵 군축 협의 등이 어렵다는 게 러시아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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