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돋친 김씨

 

현장에서 만난 김씨
사람 좋아 궂은일도 허허 대지만
앞니 하나 없어 왠지 검은 웃음
일하다 부러졌는지 술독에 빠트렸는지
가끔 밥풀도 새고 말도 새는 검은 틈새로
가슴 속 새까만 상처도 보이네.

노새로 보낸 하루 끝에서
술에 취해 빨리 자는 게 바로 해탈이라고
술기운에 날아오르려 하네
이 복권 저 복권 사대며 금니를 심겠다지만
여전히 까만 속사정 그대로인데

광대뼈엔 붉게 쓸린 상처
아스팔트가 불뚝 일어서 얼굴을 비볐대나
얼마나 쓰렸을까
후회의 술잔은 더 쓰렸을 텐데

오늘도 너무 취해
아내와 딸이 양옆에서 부축해가네
너무 높이 날아오를까봐
양 팔 꽉 잡아 모셔가네
김씨, 날개 돋친 백마 닮았네

새 이가 돋지 않는 사내들
부러진 날개를 가진 아버지들
아직도 가슴엔 무딘 칼 하나 품고 있는지

이원호(1961~ )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막노동을 마치고 술판을 벌인 화자(話者)와 김씨의 모습이 선명히 그려진다. 노새처럼 사는 김씨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이 따스하다. 밤이 깊어지자 김씨의 아내와 딸이 술집에 나타나 취한 김씨의 양 겨드랑이를 붙잡고 집으로 간다.

화자는 점차 멀어지는 한 가족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김씨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따스한데, 아내와 딸이라는 양 날개를 가진 김씨에게 연민을 느낀다. 김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노새처럼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희망 없는 삶을 베어버릴 ‘무딘 칼 하나 가슴에 품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날개를 달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화자는 날개의 자유를 엿보았지만, 역설적으로 김씨는 그 날개 때문에 날지 못한다. 몸이 무거워졌는지, 날개가 너무 커졌는지, 둘 다인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동병상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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