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조 달러를 넘어선 민간의 해외 금융자산을 국내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외환당국이 민간 대외자산을 국내로 환류시킬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환류 대상으로 보는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은 올해 2분기 기준 총 2조1235억달러다. 대외금융부채 1조3794억달러를 뺀 순대외금융자산만 따져도 7441억 달러다. /연합
정부가 2조 달러를 넘어선 민간의 해외 금융자산을 국내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외환당국이 민간 대외자산을 국내로 환류시킬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환류 대상으로 보는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은 올해 2분기 기준 총 2조1235억달러다. 대외금융부채 1조3794억달러를 뺀 순대외금융자산만 따져도 7441억 달러다. /연합

외환당국이 환율에 대한 개입보다 외환의 수급관리를 통해 시장의 안정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는 대외요인으로서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대신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외환의 수요와 공급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의 외환 수급환경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등의 연기금뿐만 아니라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 등으로 인해 달러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해외 금융투자가 많지 않았고, 무역수지 역시 흑자를 기록해 가만히 두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 연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최근에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외환당국이 민간의 대외금융자산을 국내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로 향하는 자본의 흐름을 환류시켜 가파른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2조 달러가 넘는 민간의 대외금융자산을 국내로 환류시킬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말고 민간 차원에서 보유한 순대외금융자산이 7000억 달러를 넘는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는 등 원화 약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들 자산이 외환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개념이다.

외환당국이 환류 대상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올해 2분기 기준 총 2조1235억 달러다. 이 가운데 대외금융부채 1조3794억 달러를 뺀 순대외금융자산만 따져도 7441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순대외금융자산은 대규모 적자였다. 하지만 2014년 3분기 말 128억 달러의 흑자로 돌아선 이후 8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6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해외투자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점차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외환시장이 출렁일 때 외환보유액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듯 대외금융자산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대외금융자산은 그동안 달러 수요를 높여 물밑에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대외금융자산은 환류뿐 아니라 불어나는 속도만 늦춰도 가파른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외환당국은 현재 경제주체가 대외금융자산을 팔고 자금을 국내로 유입시킬 때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기업이나 금융사들이 해외에 보유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거나 외국계 기업이 국내로 자금을 들여올 때 금융과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외환당국은 조선업체에 대한 은행의 선물환 매입 한도를 늘려 시장에 달러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통상 조선업체들은 선박 수주를 하면 나중에 받을 수출대금에 대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평가했을 때 은행이 나중에 조선업체로부터 받아야 하는 금액이 늘게 된다. 그 결과 신용한도 여력이 줄어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가 어려워지게 된다.

최근 조선업체들은 잇따른 수주로 선물환 매도가 늘어난 가운데 환율이 상승해 신용한도가 차 버리는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의 선물환 매입 한도를 늘리는 등 제도적 보완책을 통해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에 숨통이 트일 경우 기업의 외환수급 애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 달러가 공급돼 환율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3일 발표된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체결도 수급 대책의 일환이다. 외환스와프는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것으로 외환보유액의 감소 없이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금으로도 외환스와프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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