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3일(현지시간) 한국-캐나다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배터리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캐나다 정상회담을 마친 윤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가 오타와의 맥도날드경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3일(현지시간) 한국-캐나다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배터리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캐나다 정상회담을 마친 윤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가 오타와의 맥도날드경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배터리 핵심광물 공급과 관련해 자원 부국인 캐나다와 협력하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배터리 핵심광물의 탈(脫)중국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배터리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세계적 광물 생산국인 캐나다와 반도체·배터리 등의 주요 생산국인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캐나다 정부·기업과 핵심광물 분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캐나다를 ‘해법’으로 찾은 것은 자원 확보와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인 ‘북미생산’ 요건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소비자들에게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 해 최대 7500달러(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당장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북미산 핵심광물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후 매년 10%씩 늘려 2027년까지 핵심광물의 80% 이상을 북미산으로 대체해야 한다.

캐나다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을 포함해 자원이 풍부한 국가다. 니켈 매장량은 세계 5위, 리튬 매장량은 8위, 그리고 코발트 생산량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전초기지로서 최적의 요충지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캐나다와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광물인 수산화리튬의 중국 의존도는 84.4%에 달했다. 코발트는 81%, 흑연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캐나다와의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MOU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향후 국내 배터리 업계가 추진 중인 공급망 다변화 계획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윤 대통령의 캐나다 순방기간 동안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우레이크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인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각각 공급받기로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프랑스·이탈리아 3국 합작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총 4조8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케미칼도 제너럴모터스(GM)와 퀘벡주에 3억2700만 달러를 투입해 연산 3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2024년까지 건립할 예정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 출력 등을 결정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최근 삼성SDI는 캐나다 온타리오주로부터 받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 러브콜로 고심하고 있다. 현재 온타리오주에는 GM,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공장이 밀집해 있어 배터리 수요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국내 업체들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 완성차업체도 캐나다를 주목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미 캐나다 정부와 제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광물을 다량 확보했다. 폭스바겐도 캐나다 광산업체 지분을 인수하는 전략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캐나다뿐 아니라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주요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한·호주 광물·소재 기업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기업 간 공급망 협력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와 중견 기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호주와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통해 중국 중심의 수입처를 다양화시키는 등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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