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남중국해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상기했다. 필리핀은 1992년 미순철수를 강행한 바 있다.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남중국해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상기했다. 필리핀은 1992년 미순철수를 강행한 바 있다. /AP=연합

미국과 필리핀이 대만 국경 인근을 포함한 남중국해에서 양국 합동군사훈련 규모를 두 배 정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대만침공에 대비한 군사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 고조가 주변국들의 안보 위기를 키운다고 분석한다. 마이클 로지코 필리핀 연합훈련센터 소장이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내년 양국 합동군사훈련인 ‘발리카탄’에 1만6000명의 병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만과 국경을 접한 루손섬 북부 지역 등에서 공동 작전을 위한 전면적인 전투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발리카탄에 8900명이 참여하며 사상 최대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펼친 데 이어, 그 규모를 내년 1만6000명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특히 대만까지 120㎞에 불과한 루손 북부는 중국의 대만침공 시 미국의 군사적 보급선을 위한 요충지다.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대만방문으로 중국의 무력 시위가 거세질 때, 미 7함대 소속 핵 추진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 함은 루손섬 북서쪽에서 경계 태세를 취한 바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1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은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을 바라본다. 미국이 동반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친중 노선을 걸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정반대 행보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발언은 1992년 필리핀의 미군철수 강행 결과에 대한 인식을 대변한다. 미국이 떠나자, 중국의 존재감 속에 필리핀의 자주성과 자존심은 오히려 위협받게 됐다.

호주도 중국 견제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호주가 자체적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 전 미국이 몇 척의 잠수함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또한 중국의 군사위협에 대응해 임시방편으로 몇 척을 먼저 공급하자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아직 공식 승인이 이뤄지진 않았다. 당초 미국·영국·호주은 ‘오커스(AUKUS)’ 협정에 따라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해왔다. 핵분열 원자로의 핵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보다 긴 시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대만문제에 관해 중국은 시종일관 강경한 태도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굳은 결의로 대만 내 독립세력과 싸워나갈 것이며, 외부세력의 개입에 대해선 가장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청일전쟁 직후 일본 식민지로 할양된 이래 중국과 다른 정체성을 키워 왔으며, 오늘날 산업화 민주화를 거친 자유민주국가이자 서방 세계의 일원이다. 중국의 공산당 일당 독재가 지속되는 한, 폭압적 방법 이외에 대만이 중국의 일부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급 공격형 핵주진잠수함인 키웨스트(SSN-722)가 지난 8월 15일 미 7함대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사 홈페이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급 공격형 핵주진잠수함인 키웨스트(SSN-722)가 지난 8월 15일 미 7함대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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