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내년 211조8600억원 규모로 고도성장이 예견된다 .이 거대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새해에도 유통 공룡과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산업계에 큰 리스크로 작용했지만 온라인 쇼핑은 예외였다. 비대면 트렌드가 일상화되면서 특수를 누렸다. 올해 시장 규모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135조원보다 무려 50조원이나 커진 185조원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방증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내년에도 관련시장이 211조8600억원으로 확대된 뒤 2023년 42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미국 증시 상장부터 대형 인수합병(M&A)까지 굵직한 이슈들이 쏟아지며 대대적 시장 재편이 이뤄진 것도 이처럼 막대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새해 타 업종과의 합종연횡을 통한 새판짜기가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3강 체제’로 전환됐다. 신호탄은 쿠팡이 쏘아 올렸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증시 입성에 성공하며 5조원에 달하는 실탄을 확보했고, 이를 물류 인프라와 신사업에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물류센터 건설에만 올해 3분기 기준 10개 지역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쿠팡의 선제 공격에 기존 유통 강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지난 6월 신세계그룹 이마트(SSG닷컴)는 총 3조4000억원을 마련해 옥션·G마켓·G9를 보유한 이베이코리아를 전격 인수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 건물 매각이라는 승부수까지 던져 얻은 승리였다. 이로써 SSG닷컴은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섰고 라이브 커머스를 앞세운 네이버, 쿠팡과 함께 3강 체제를 완성했다. 3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네이버 17.5%, 신세계·이베이코리아 연합 13.5%, 쿠팡 12.5% 수준이다.

이어 SK그룹의 11번가가 지난 8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직구가 가능한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베이코리아를 놓친 롯데그룹(롯데쇼핑·롯데온)은 중고나라와 한샘의 인수로 대응했다. GS그룹 역시 지난 7월 GS리테일이 그룹의 현금 메이커인 GS홈쇼핑을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조 단위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 뒤 8월 요기요를 인수하며 신속배송 역량 강화에 본격 나선 상태다.

온라인 쇼핑 3강의 덩치 키우기와 토털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공격적 투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1위 네이버는 일단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CJ대한통운과 물류 선진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지난 10월 3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단행한 바 있다.

SSG닷컴 역시 새해 물류 인프라 확보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마트 내에 대형 PP(피킹·패킹센터)를 확대해 온라인 장보기 물량을 늘리는 한편 비(非)식품의 빠른 배송을 위해 전국 거점에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 예상된다. 아울러 G마켓·옥션·G9과의 유기적 통합과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 증시 상장도 중요한 목표다.

쿠팡의 경우 물류센터 확충에 더해 신선식품(로켓프레시)과 배달 앱(쿠팡이츠)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견된다. 자회사인 쿠팡 CLS를 통해 쿠팡 외에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물량까지 배송하는 3자 물류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내년 유통 공룡들의 인수합병(M&A) 도미노 가능성도 상존한다. 온라인 쇼핑 업계 관계자는 "상위 3~5개 기업과 여타 업체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중소 업체를 대상으로 한 M&A가 빈발할 개연성이 높다"며 "올해 명품이라는 틈새시장에서 새롭게 영역을 구축한 머스트잇·트렌비·발란 같은 플랫폼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 이커머스 강화를 목표로 내년부터 여민수·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가 직접 경영을 맡는 카카오커머스,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의 움직임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다만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마케팅·물류 인프라 투자가 경쟁적으로 전개되면서 주요 업체들의 만성적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시급한 개선 과제로 지적된다. 실제 쿠팡은 올해 1조6000억원, SSG닷컴과 롯데온도 각각 1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마켓컬리는 5년간 영업손실이 이어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출혈경쟁이 자칫 치킨게임으로 연결되면 시장은 성장해도 업체는 적자 폭만 커지는 빈껍데기 성장에 그칠 수 있다"며 "내실과 외형을 함께 키우는 균형성장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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