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노조(Trade Union)와 파업(Strike=Walkout)은 어느 나라나 다 있다. 그런데 지난 글 "①민주노총 괴력의 비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한국의 노조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들처럼 아주 특이하게 진화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의 노조가 귤이라면 한국은 탱자다.

최근 한국 노조와 파업의 특성을 잘 보여준 노동쟁의가 있었다. 하나는 지난 7월 22일 종료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노조원 120명)의 50일간에 걸친 불법적 선박 점거 농성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진행형인 현대제철 노조의 특별공로금 쟁취 투쟁이다.

현대제철 노조원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충남·인천·포항 지부 산하 4개 지회 8000 명이다. 이들은 지난 5월 2일부터 사장실을 점거한 채,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과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에 지급한 특별공로금 4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작년 하반기 임금협상을 통해 기본급 7만5000원을 올렸고 성과급(기본급의 200%+770만 원)도 지급했기에 과도한 요구라며 버티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22일 16차 교섭이 결렬되자, 파업 시간·방식을 예고하지 않는 기습적 파업인, 이른바 "게릴라 파업"을 공언하였다. 포항제철이 태풍 피해로 일부 공장 가동을 몇 개월간 멈췄기에, 파업은 자동차, 조선산업 등에 ‘철강 대란’을 일으킬 것이므로 노조의 기세는 더욱 등등하다. 잡코리아(jobkorea)에 따르면, 2021년 현대제철 직원 1만1400여 명의 평균연봉(계약직 포함, 임원 제외)은 9536만원, 평균근속연수는 12년 11개월이다. 실적이 좋았던 2021년 연봉은 2020년(7925만 원), 2019년(8273만 원), 2018년(8402만 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2021년 동종업계의 선두는 포항제철(포스코홀딩스)인데 평균근속연수 18년 8개월, 평균연봉 1억546만원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해외의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임금 수준이 월등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와 달리 국제비교 통계가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임금과 일본, 독일의 경쟁사를 비교한 통계를 낸 적이 있다. 원화로 환산한 2017년 평균연봉은 완성차 5사는 9072만원인데, 일본 토요타는 8391만원, 독일 폭스바겐은 8303만원이었다. 1인당 GDP를 기준으로 삼으면 한국 5사는 2.85배, 토요타가 2.04배, 폭스바겐이 1.74배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한국 5사가 12.3%(현대차는 15%에 근접), 토요타가 5.8%, 폭스바겐이 9.9%였다. 현대제철도 비슷할 것이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높다는 것은 주주, 협력업체, 비정규직, 연구·개발 투자에 가야 할 재원을 노조가 빨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노조의 제1의 특성은 약탈성과 협소한 시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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