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해피엔딩’ 저자 이지선 교수, 은혜제일교회서 북콘서트 간증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에서 '북 콘서트' 강연중인 이지선 한동대 교수. /유튜브 영상 캡처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에서 '북 콘서트' 강연중인 이지선 한동대 교수. /유튜브 영상 캡처

“사고 전에도 교회를 열심히 다녔지만, 제가 계획하는 인생을 하나님께서 좀 도와달라고 기도하던 사람이었어요. 이후 삶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각도 완전히 변화됐어요. 하나님께서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하시는 영화에 저는 배우로 출연할 뿐이에요. 시나리오가 어떻고 연출이 어떻고 하는 건, 제 역할이 아니에요.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그리는 이 영화가 잘 완성되도록, 저는 순간마다 잘 살고 배역에 맞게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그러면서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담임 최원호 목사)에서 개최한 ‘행복한 우리동네 북 콘서트’에서 강사로 나선 이지선 한동대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끔찍한 교통사고 이후 기적적인 회복과 함께 희망을 되찾는 과정을 기록한 ‘지선아 사랑해’ 이후 20여 년 만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펴낸 책 ‘꽤 괜찮은 해피엔딩’과 함께 그녀는 이날 지역교회 강단에 섰다. 

이 교수는 이날 “주변에 열등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할 때가 온 것이라고 본다”며 “말로만이 아니라 이 모습 이대로 얼마나 가치 있는 인생이고 의미 있는 삶인지 끊임없이 응원하고 지지하고 보듬는 마음이, 쪼그라들던 마음을 점점 회복시킬 수 있다. 저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랑을 받았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사랑을 끊임없이 표현해야,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3세 때인 지난 2000년 7월,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었던 그녀는 “(당시) 혼자 숨쉴 만큼 폐가 회복돼 오랫동안 달고 있던 호흡기를 떼고 물을 넘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 안으로 물을 넣어주셨다”며 “몸 전체가 너무 많이 부어 눈도 못뜰 떼였는데, 물 한 모금이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어요. 살면서 맹물이 맛있다고 생각한 순간은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해 거친 시간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을 지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는 건 죽는 것보다 이렇게 어렵구나’. 그러면서 그 시간들 지날 때마다 사고 후 처음 마셨던 물 한 모금을 기억했다”며 “살아서 누릴 좋은 것들, 전에는 의미도 즐거움도 없는 사소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에 어마어마한 기쁨이 있음을 알게 됐고, 그 기쁨에 집중하면서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고 했다.

그녀는 “8개월여 만에 퇴원했지만, 사고 전처럼 살아가기엔 너무 많은 것이 달라졌다”며 “거울을 보니 외계인이 서 있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잃어버렸다는 마음에 절망이 찾아오니, 할 수 있는 일은 딱 두 가지였다. (뛰어내리기 위해) 옥상을 찾는 것, 그리고 하나님을 찾는 것이었다. 몇 시간 고민 끝에 하나님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 따지고 싶었다. 살려놓으셨으면,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런데 몇 시간 동안 울면서 기도해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분이 원래 좀 그런 스타일이시다(웃음). 울다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다음 주일 아침 교회를 갔는데, 제가 참여하던 성가대가 멋있게 찬양을 불렀다. 저는 침이 흐를까 수건을 입애 대고 뒤쪽에 숨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며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떨어질 곳이 없었어요. 내게 주어진 미래는, 들어가기만 해도 깜깜해지는 동굴 같았다”고 했다.

이어 “내 인생에 이렇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계획이 있으시다면 좀 알려달라고, 마지막처럼 기도했다”며 “그때 목사님이 옆에 오셔서 저를 안고, ‘사랑하는 딸아’ 하는 말로 기도를 시작하셨다. 저조차 저를 사랑하지 못할 모습으로 앉아있는데, 사랑한다고 하시는 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목소리로 저를 위로하시면서, 두 가지를 약속하셨다. ‘너를 세상 가운데 다시 세워, 병들고 힘들고 약한 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게 하겠다고 하셨다’고 하셨다. 제가 기다렸던 약속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약속도 아니었다. ‘네 얼굴을 다 회복시킬 거야’라는 약속을 기다렸었다”고 털어봤다.

그녀는 “그리고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제게 아주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네 인생에 준비된 다른 해피엔딩이 있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네게 해피엔딩을 준비했어. 조금만 더 견뎌주겠니’ 하시는 것 같았다”며 “당시엔 다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 해피엔딩을 살아서 보자는 마음으로 제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로 했다”고 했다.

또한 “가족과 친구와 교회 식구들은 저를 받아들이고 익숙해졌지만, 길거리에서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굉장히 불쾌한 반응을 보이셨다”며 “화상 환자는 듣지도 화내지도 못하는 줄 아시는지, 굉장히 큰 소리로 제 이야기를 했다. 그런 폭력적 반응에 힘들었지만, 가족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어느 순간 짠 하고 극복한 건 아니다”며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사고와 조금씩 멀어졌다. 성장과 회복은 완성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죽는 날까지 하나님께서 마치 여행처럼 계속 하게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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