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걸그룹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가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K팝 걸그룹 최초라는 기록뿐만 아니다. 2008년 미국 걸그룹 대니티 케인에 이어 14년 만에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기록한 여성 그룹 앨범이 됐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방탄소년단(BTS)의 연이은 성공에 더해, 많은 한국 그룹이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시장성을 입증받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라 표현한다. 1960년대 비틀스를 시작으로 영국의 대중음악이 미국 팝음악 시장을 장악한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현상에 빗댄 것이다.

K-컨텐츠의 세계적 소비는 단순히 음악뿐만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수리남’까지 비영어 시리즈임에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의 발전과 함께한 웹툰 역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기발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통해 경제·문화 강국으로 군림해 온 일본을 넘은 지 오래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라는 작은 불씨가 들불처럼 타올라 전 세계로 향하는 상황이다.

영향력 있는 문화를 가진 국가의 힘은 때로 해당 국가의 경제·국방력을 뛰어넘기도 한다. 비틀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등 서구 문화는 소련이라는 거대 진영을 붕괴시키고 냉전을 끝내는 데 일조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신냉전이라 불리는 현재 국제환경 속에서 K-컨텐츠 소프트파워는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보호해주는 또 다른 영역이 될 것이다.

컨텐츠의 소비는 필연적으로 관광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2019년 발표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방한 외국인의 체류 기간과 지출경비 모두 감소 추세였다. 중국·일본에 편중된 방한객 역시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다행히 최근에는 체류 기간과 지출경비가 증가 추세이며, 조금 더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들도 한국 관광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조사된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와 맞물린 K-컨텐츠의 부흥기를 관광으로 이어가야 한다. 서울은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별 주요 국가를 설정하고 약 2년 만에 대대적인 글로벌 대면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특정 지방자치단체 수준을 넘어서는 장점들을 잘 활용해 대한민국 각 지역을 관광 권역화·특성화하고, ‘관광대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컨텐츠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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