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사태, 독일서 교훈 얻자
인헌고 사태, 독일서 교훈 얻자
  • 양돈선 한반도선진화재단 독일연구포럼 대표
  • 승인 2019.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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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일부 교사가 '정치편향 교육'을 학생들에게 강요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세간에 인헌고(高) 사태가 화제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인헌고 일부 학생들이 “교사들이 정치 편향적인 발언을 하고 사상 주입 교육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은 교사들이 “조국 관련 가짜 뉴스를 믿는 사람은 다 개·돼지”라고 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한 학생에게 ‘일베’라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학교측은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 당국도 전교조 교사들을 옹호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관련 학생들은 기자회견과 삭발까지 하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관련 교사 징계, 서울시 교육감 사퇴를 요구하는 등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독일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까?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

독일 교육도 1960년대 시절에는 냉전의 대결 분위기 속에서 좌파와 우파 간 이념 갈등이 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76년 보수와 진보 등 정치적으로 입장을 달리하는 정치가, 교육자, 학자들이 독일 남부 도시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에서 심층 적인 논의를 거쳐 “특정 견해의 강제 주입을 금지하고 논쟁이 되는 부분은 교육 현장에서 논의하도록 한다”는 요지의 결론을 도출하고 합의했다.

이 합의 내용을「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er Konsens)」이라고 한다. 이 「협 약」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학생들에게 특정 의견의 주입을 금지한다. ② 논쟁적인 주제는 논쟁으로 남겨두고, 수업 시간에 토론한다. ③ 학생 개개인의 관심 사항을 중시한다.

이 협약은 통일 교육을 포함한 정치 교육에서 교육자들 사이에 공통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합의였다. 이「협약」은 1990년 10월 통일이 된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독일에서 정치 활동은 자유다. 초중고교 교사도, 대학 교수도, 심지어는 학생들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정치 활동은 허용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정치적 주제를 놓고 토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토론이 끝나면 교사는 총평 정리만 해줄 뿐, 결론을 한 쪽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토론 목적이 정치적 목적에 있지 않고, 학생들의 발표력과 주관적 비판 능력 배양에 있기 때 문이다.

교사들 스스로도 정치 집단화하여 편향된 주장을 하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없다. 이는 교사들 개개인의 균형감과 절제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헌법적 가치 때문이다. 누구든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공격하기 위해 의사 표현의 자유, 특히 출판의 자유, 교수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남용하는 자는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이 기본권을 상실하도록 독일 헌법 제18조에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 교사들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사회적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신뢰와 존경은 교사 개개인의 높은 수준의 실력, 사고의 공정성 및 도덕성에서 나온다. 교사들의 이러한 우수한 질이 우수한 인재를 만들고, 나아가 독일이 세계 1위의 국가 브랜드를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탈(脫)이념적 교육 위한 제도 필요

한국에서 그동안 전교조 교사들이 정치 집단화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식화 발언 등 좌편향적인 교육을 자행해 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인헌고 학생 들의 폭로도 그러한 사실의 일부일 뿐이다. 교사들의 교권이 무너지고 사회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빗나간 교육 탓이 크다고 본다.

청소년기의 교육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배운 내용과 지식들은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그대로 주입되어 평생을 가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을 배우면 역시 그 사고가 평생 굳어져 버릴 가능성이 높다. 중고교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책임 있는 민주 시민으로서 균형 잡힌 시각과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들을 계몽하고 인도해야 한다.

먼저,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사견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교사들의 자율적 교권은 보장하고 인정해 주어야 하겠지만, 이 역시 이념을 벗어난 범위까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들의 권위는 교사들 스스로 세워야 한다. 교권은 편향된 강제적 주입식 교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의 자성이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해 보인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교사들이 당초의 교육 목적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독일처럼 정계, 교육계, 학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치·사회·역사 분야에서 중립적 교육을 할 수 있는 공통 분모를 도출하고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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