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형제들(Fdl)의 대표이자 유력 차기 총리 후보 조르자 멜로니가 26일(현지시간) 총선승리 후 로마의 Fdl 본부에서 연설한 뒤 ‘고마워요. 이탈리아’(Grazie Italy)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
이탈리아형제들(Fdl)의 대표이자 유력 차기 총리 후보 조르자 멜로니가 26일(현지시간) 총선승리 후 로마의 Fdl 본부에서 연설한 뒤 ‘고마워요. 이탈리아’(Grazie Italy)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크게 승리했다.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 Fratelli d’Italia),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 등 세 정당이 우파 연합의 중심이다. 이 가운데 최대 지분을 가져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확실시된 조르자 멜로니 Fdl 대표(45)는 26일 "Fdl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에 국민이 명백한 지지를 보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총리 멜로니는 "모든 이탈리아인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 "자랑스러운 밤이지만 출발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의 몰락 이후 이탈리아는 ‘좌파 우세’ 정치 구도였다. 무솔리니 시대의 국가주의와는 분명한 거리를 둔 멜로니 대표지만, 79년 만의 ‘강성 우파 지도자’이긴 하다. 2018년 총선 당시 4% 득표의 군소정당이던 FdI가 불과 4년 만에 최대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것 또한 화제다.

2019년 10월 ‘동성 육아’ 반대 집회에서 멜로니가 한 연설이 리믹스 버전으로 편집돼 유튜브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멜로니는 당시 연설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첬다. "저는 여자이고 엄마이고, 이탈리아인이며, 크리스천입니다!" 이 연설에 중독적인 비트를 더한 영상이 조회 수 1200만을 넘겼다. 동성애·젠더이데올로기 반대자인 멜로니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르자 멜로니 리믹스’였지만, 오히려 스타탄생의 매개가 됐다. 멜로니는 작년 2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성할 때 내각에 불참했다. 그런데 드라기 총리의 실각으로 조기 총선이 결정되며 상황 급반전, 멜로니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멜로니는 1977년 로마 노동자계급 지역인 가르바텔라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슬하에 자랐으며, 워킹맘이자 미혼모다. 그런 여성이 좌파 성향 강한 지역에서 우파 정치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멜로니는 15살 때 1946년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 1995년 조직이 해체되자 2012년 MSI 후신인 Fdl을 창당해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이 때문에 ‘여자 무솔리니’ 꼬리표가 달렸다. 파시즘 역사를 "지나간 역사"라고 최근 단언한 바 있지만, 그 시절에도 강조되던 ‘하나님·조국·가족’의 가치 자체는 견지하고 있다. ‘극우’ 취급을 받아 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영향도 보인다.

‘강한 이탈리아’, 반(反)이민·反유럽통합 등 멜로니의 ‘反글로벌리즘’ 기치가 충격적인 이유는 현재의 서방세계 기득권 이념에 반하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대(對)러시아 제재 반대, 동성애자 권리 후퇴 등으로 유럽연합(EU)의 분열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0여년 글로벌리즘 및 초엘리트층의 탄생 속에 ‘중산층 몰락’을 경험한 나라에선 反글로벌리즘적 정치인의 행보가 힘을 얻고 있다.

2006년 29세 때 하원의원이 된 멜로니에겐 이탈리아 최연소 장관 기록도 있다(2008년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 멜로니의 정치노선은 복합적이며 유연해 보인다. 대러 제재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우크라이나문제 등에 있어선 유럽연합(EU)과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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