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소행성들이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 지난 27일(한국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는 이 같은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대비해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NASA
우주에는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소행성들이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 지난 27일(한국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는 이 같은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대비해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NASA

소행성 충돌은 전지구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최근 이 같은 위협에서 인류 문명을 지켜낼 야심찬 프로젝트가 시도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가 공동추진한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이 그것이다.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이 실험의 성공이 확인되면 인류는 6600만년전 소행성 충돌로 멸종한 공룡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디모르포스 소행성=지난 27일(한국시간) 지구에서 1080만㎞ 떨어진 곳에서 우주선 한 대가 시속 2만2500㎞의 속도로 소행성에 충돌했다. 지난해 11월 발사된 DART 우주선이 10개월여의 여정 끝에 목표물인 ‘디모르포스(Dimorphos)’ 소행성을 들이받은 것이다.

3억2400만달러(약 4600억원)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컴퓨터 모델링에만 의존했던 소행성 충돌로부터 인류를 구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최초의 지구 방어 실험이다.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에 인위적 운동충격을 가해 경로를 변경시킬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 목표다.

실험대상이 된 디모르포스는 두 개의 소행성으로 이뤄진 쌍소행성 중 직경 163m의 작은 천체다. 직경 780m의 큰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를 1.2㎞ 거리에서 11시간 55분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데 길이 19m, 중량 600㎏의 DART 우주선 충돌을 통해 공전속도가 1% 줄면서 약 10분의 공전주기 단축(궤도변경)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NASA DART팀의 스티브 체슬리 박사는 "73초의 변화만 일으켜도 소행성에 대한 운동충격의 효과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며 "성패를 떠나 어떤 결과가 나와도 미래의 소행성 충돌에 대비할 귀중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패 판단은 아직=현재 NASA는 이탈리아 우주국(ASI)이 제작한 소형위성 ‘리시아큐브‘(LICIACube)’를 활용해 DART 우주선 충돌 후 디모르포스의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 두 개의 광학카메라가 탑재된 리시아큐브는 충돌 보름 전인 지난 12일 DART 우주선에서 사출된 뒤 디모르포스를 따라가며 고햇상도 이미지를 촬영 중이다. 허블·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다수의 지상 천체망원경도 디모르포스를 주시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늠할 유의미한 과학적 판단은 앞으로 수주에 걸친 지상·우주망원경 분석을 거쳐 내려질 전망이다.

특히 ESA는 디모르포스의 공전속도와 궤도, 자전율, 질량 등의 변화를 더 세밀히 측정하기 위해 ‘헤라(Hera)’로 명명된 추가 탐사미션을 계획하고 있다. 2024년 10월 2기의 소형위성을 탑재한 헤라 탐사선을 발사해 2026년 말부터 수개월간 DART 프로젝트로 디모르포스에 생긴 충돌구와 충돌 효과를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ESA는 이를 통해 지구 방어는 물론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 소행성 지구물리학적 지식도 상당히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만개의 행성 킬러=NASA와 ESA가 소행성 방어에 열을 올리는 것은 괜한 불안 심리를 조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소행성 충돌은 과거에도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현실이다.

실제 20세기에 들어서만 1908년 러시아 퉁구스카, 2002년 동부 지중해, 2008년 수단, 2009년 인도네시아 보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소행성이 떨어졌다. 이중 직경 50m급 소행성이 공중 폭발한 퉁구스카에선 2150㎢의 숲이 초토화됐다. 폭발 위력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000배인 15메가톤에 달했다. 소행성을 행성 킬러로 부르는 이유다.

이에 NASA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우주기구들은 지구근접소행성(NEA), 즉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탐지·추적하고 있다. NASA가 현재까지 발견한 것만 2만9866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도시 하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직경 140m 이상이 1만204개, 아포칼립스를 불러올 직경 1㎞ 이상도 856개나 된다.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학 천문학과 앨런 피츠시몬스 교수는 "지금껏 찾아낸 소행성 중에는 수백년 내 지구와 충돌이 예상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직경 140m 이상급 소행성의 60%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위험은 상존한다"고 전했다. 린들리 존슨 NASA 행성 방위 책임자도 "언젠가 소행성이 지구를 향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는 연습할 시간이 없다"며 "DART를 시작으로 소행성의 궤도 변경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DART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하기 직전 미 항공우주국(NASA)으로 실시간 전송한 동영상의 캡처. /NASA
DART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하기 직전 미 항공우주국(NASA)으로 실시간 전송한 동영상의 캡처.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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