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분노로 만든 ‘민식이 법’, 공무원 배만 불려
피해자 분노로 만든 ‘민식이 법’, 공무원 배만 불려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19.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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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는 거대한 봉숭아학당

-‘민식이 법’ 꼭 법률 제개정 해야 할까? 대통령령·경찰청·지자체 규칙이나 조례로 처리 가능

-보편이성 아닌 유족의 눈물과 분노로 피해자 이름 내걸어 만든 법치고 제대로 된 법 없어

-이런 법 뒤엔 이익 보는 집단 따로 있어. 예산·조직·권한 가진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이 법의 내용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 김민식 군 같은 피해 아동이 또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등·하교 시 통학로에 경찰관을 추가 배치하고 무인단속 장비도 늘린다는 것이다. 제한속도를 시속 40㎞ 이상으로 허용하던 일부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낮추기로 했단다.

대한민국 정치는 거대한 ‘봉숭아 학당’ 같다. 민식이법이 왜 꼭 법률 제개정 사항이 되어야 하나? 대통령령이나 경찰청, 지자체의 규칙이나 조례로 처리해도 되는 것 아닌가?

아마 과실치사에 대한 형벌을 엄청나게 강화하려니까 법률 제개정 사항이 된 것일 게다. 그런데 이건 뭐하자는 것인가? 민식이 눈물을 닦아 준다면서, 실수를 저지른 수백 수천 명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겠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1명 당 4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공무원 정원은 법률 사항이 아니라 대통령령이다. 1만 명이면 40조, 10만 명이면 400조 짜리 프로젝트다.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초거대 프로젝트인데도 국회가 관여할 수가 없다.

◇공무원 1명 고용하면 1년 비용 1억원

공무원을 한 명 고용하면 평균 한해에 1억원씩 비용이 든다. 공무원은 평균 30년을 고용한다고 치면 총 30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본인 연금과 유족 연금 지급 기간 합쳐서 30년이면 총 12억 원이 추가된다(평균 4천만원). 이런 게 한 두 건이 아니다. 공무원 급여 기준(호봉 체계 등) 역시 법률 사항이 아니라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정한다.

이번에도 문제(사고)의 원인을 치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주로 행위자 자유 옥죄기, 국가(경찰청) 형벌권 강화,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예산, 인력, 권한 확대로 내달렸다. 외환위기도 그랬고, 세월호 참사도 그랬고, 구의역 김군 사건 때도 그랬다.

감시 단속 경관 늘리기–아마 조만간 인원 부족을 이유로 증원을 요구할 게 틀림없다–와 감시단속카메라 늘리기, 스쿨존 확대, 제한 속도 하향, 처벌(재산형과 자유형) 강화가 그것을 말해 준다.

과실치사를 고의 살인범처럼 다루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런 법에 걸리는 사람은 99.9% 서민일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먹고 살려고 정신없이 돌아 다니는, 어쩌면 애들 상대로 장사하는 트럭 행상들일지도.

운전기사에게 운전시키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는 걸릴래야 걸릴 수가 없다. 내가 아는 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상식적 방법은 스쿨존을 운전자들이 알게 만들어야 한다.

늘려야 할 것은 표지판이다.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불법 주정차나 노상 적치물이 없도록 하고, 아이들에게 교통 법규를 지킬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 외 경찰청이나 지자체나 학교가 자율적으로 할 일이 많다.

◇민식이법, 과실치사를 살인범처럼 다뤄

한국의 교통 사고는 정말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한 때는 연 1만 3,400명(1991년)을 넘었다. 2018년은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소(3,700명)였다. 이는 주당 근로시간도 마찬가지였는데, 약간의 미세 조정 조치만 하면 될 것을 법으로 규제를 대폭 강화하여(민식이법과 주52시간 근무제 등) 현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도대체 민식이법의 목적이 무엇인가? 진짜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것이 맞는가? 내가 아는 한 피해자 이름으로 불리는 법치고 제대로 된 법은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예외 없이 피해자인 유족의 눈물과 분노를 재료로 만들었기에 보편 이성과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법 뒤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이 법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 대체로 예산, 조직, 권한을 늘리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다. 대한민국은 점점 사람이 태어나기 힘들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는 땅으로 변해 간다. 자살자가 폭증한다. 그것도 일가족 동반 자살이다.

정치와 경제가 정상이면–꼭 고성장이 아니더라도–충분히 태어날 수 있을 생명 10만 명, 20만 명이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런 현실은 모르쇠 하고, 아무개(엄마)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면서 보편 이성과 상식에 어긋난 법을 양산한다.

이러다 대한민국은 천벌을 받을 것 같다. 아니 천벌을 받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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