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묵은 체증을 싹 없애준 멋진 소식이 얼마 전 김승겸 합참의장의 대북 경고였다. "북한이 핵 사용을 시도할 시 한미동맹의 압도적인 대응으로 (저들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걸 각인시키겠다"는 선언 말이다. 사실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우리 군은 반신불수가 됐고, 군 장성들의 당당한 기백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터놓고 말하자. 군이 무기력해진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징후가 일부 보였다.

당시 국회 국감장에서 "남북이 일대일로 붙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의원 질의에 한 장성은 "우리가 패배한다"고 답해 한때 잠시 소란스러웠다. 패배주의는 군과 정치권만이 아니다. 그리고 오래된 병이다. 2011년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이란 단체가 전국 400개 중고생 2500명을 대상으로 "전쟁이 난다면 어떻게 할 건가?"를 물었다. "참전한다"는 11.8%에 불과한 296명이었다. "해외로 도피한다"는 대답이 무려 35.7%(892명)나 됐다.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문재인은 자신을 ‘이성적 평화세력’이라고 포장한 채 국민 마음을 좀먹었던 것이다. 군사강국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훌륭하게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감투정신에서 배울 게 많다는 걸 새삼 재확인한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또 다른 굿 뉴스가 다음주 국군의 날 행사를 국방부가 충남 계룡대에서 개최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게 2016년 이후 무려 6년 만이란 점이다. 문재인 5년 내내 국군의 날 행사를 전혀 벌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재인에겐 6·25 당시 북진에 나선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그 역사적 날(1950년 10월1일)을 기념한다는 것 자체가 껄끄러웠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날 행사로 우리의 느슨해진 정신을 다잡아줄 걸 기대하는데, 차제에 군에 묻고 싶은 말이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국가는 ‘전쟁하는 조직’이다. 그게 정치학의 상식이다.

그에 비춰 지난 몇 년 대한민국은 엄밀한 의미에서 국가라 할 수 없었다. 전쟁을 결단할 수 없는 비정상적 나라, 국제정치 감각이 무너져 생존전략을 모색 못하는 병든 나라였다. 그걸 바꿔놓은 국군의 날 행사를 기대하는데, ‘전쟁 결단’을 꺼내면 겁 먹을 못난이들이 주변에 수두룩할 듯하다. 그거 아니다. 주한미군의 멋진 구호가 무엇이지? "Fight tonight!"(오늘 밤이라도 당장 싸울 수 있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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