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회를 가진 한국 나전공예 작품들.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우리나라 ‘나전’(螺鈿) 공예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전시회가 유럽 한복판에서 열린다(이달29일~11월19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국립무형유산원이 주(駐)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나전: 시대를 초월한 빛, 한국의 나전을 만나다.’를 개최한다. 최근 파리의 유네스코(UNESCO) 본부에서 선보인 전시를 장소를 옮겨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국립무형유산원 관계자에 따르면, 일년 내내 관광객으로 붐비는 파리인 만큼 전 세계인들과 현지인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목제·철제 등의 기물에 전복이나 조개껍데기로 문양을 만들어 붙인 것이 바로 螺鈿이다. 각도에 따라, 혹은 시시각각 미묘한 차이를 보일 은은한 빛, 섬세한 문양의 우아함을 자랑한다. 한 때 ‘나전’은 ‘자개’로 불리며 한국인에게 친숙했다. 자개를 듬뿍 박아 넣은 장농·화장대 등이 선망의 대상이던 시절도 있었으나, 주거문화가 달라지면서 나전은 우리삶에서 멀어졌다. 아파트 생활의 보편화로 현대 도시중산층의 심미안이 변해 간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전반적 도시화가 90%를 넘기면서, 자개 가구는 점점 더 ‘촌스런 구시대 인테리어’로 취급받게 됐다. 요즘엔 붙박이(built-in) 가구를 비롯해, 화려한 나전의 아름다움보다 깔끔함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경향이 대세다.

그러나 다행히 공예품로서의 명맥은 이어졌고, 21세기 들어 국내에선 크고 작은 일상 소품 및 장식품에 응용되며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한국 나전예술의 수준과 가능성을 이번 전시회가 보여준다. 조선시대 마지막 나전칠기 장인으로 알려진 전성규 작품 등, 국가무형문화재 칭호 보유자들의 명작 45점이 나온다. 옻칠 회화 장르를 개척한 김성수, 나전공예 기법을 가구에 더한 류지안 등 작가 5명이 전통 기술을 활용해 현대에 접목시킨 예술품 14점 또한 함께 선보인다.

중국은 왕조시대 나전이 압도적 규모의 화려함과 기교를 자랑하지만, 현대적 라이프스타일과의 접목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것 같지 않다. 그럴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공산화를 거치며 파괴된 전통 중 하나가 나전공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되고 전후 고도성장 역시 가장 빨랐던 일본의 경우, 기계화가 불가능한 나전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일상용품화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예술로서 지탱하는 것 역시 어려워졌다.

이번 전시회에선 나전 기술을 직접 배워 볼 기회도 제공된다. 29일부터 내달 6일까지 프랑스한국문화원 2층 문화센터에서 나전 기법을 활용해 나무·꽃이나 보석함을 만들어 볼 수 있다(회당 40명씩 무료 참여). "이번 전시와 제작 체험행사를 통해 세계인들이 한국 나전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며 공감하길 바란다." 이경훈 국립무형유산원장은 이렇게 기대를 표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본부 전시 당시 모습. /국립무형유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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