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국가의 안보는 언제나 철통 같아야 하기에, 그 준비 역시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잘 준비된 군대는 그 어떤 침략에도 영토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2014년 개봉한 ‘명량’에 이어 최근 후편으로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이라는 영화를 보며 모두가 떠올렸을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개월이 지났다.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는 바로 19세부터 60세까지의 남성들을 출국금지 시키고 국가 총동원령을 내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으나, 수도 키이우까지 내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겠다며 우크라이나로 돌아간 우크라이나인들과 국민 모두가 총을 들고 나섰다. 국제사회를 설득해 미국과 나토 등 서방의 지원으로 최근에는 영토 탈환까지 성공하며 기세가 오르고 있다.

전쟁이 예상을 벗어나 6000여 명의 사상자를 내며 고전으로 이어지자, 지난 21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30만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광활한 영토 덕에 자국의 전쟁을 체감하지 못했던 러시아 국민이 이제는 바로 옆의 가족과 친구들이 전장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경제와 불편함은 감수한다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재회를 확신할 수 없는 이별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공항과 국경에는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가득 메웠고, 전쟁 동원령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며 본격적인 반전시위까지 일어났다.

동원된 예비군들에게 지급된 터무니없는 보급품 영상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보급된 총기인 AK-47은 40-50년대 제작되어 20세기에 주로 쓰였던 총기다. 창고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곳곳에 녹이 슬고 부품이 떨어져 나가 실제 전투에서의 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열차에 실려 수송되는 녹슨 군용트럭 등이 전쟁에 활용하기에는 한눈에 보아도 너무 낡아 보였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부실한 병참 문제가 드러났다며 앞으로의 전쟁 수행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쉽게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우 전쟁이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우리 군 역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전군(全軍)의 재정비와 점검이 시급하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예비군 훈련과 민방위 훈련 역시 전원 오프라인으로 전환해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또 군대 ‘썰’에 자주 등장하는 오래된 수통과 낡은 탄띠, 썩은 냄새가 나는 판초 우의 등 여전히 군에서 운용된다는 노후화된 수많은 군수 물품의 교체 역시 더욱 가속화 해야 한다. 물론 새어 나가는 세금이 없도록 방산 비리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할 것이다. 몇 년 전 주민센터에서 실시한 마지막 예비군 훈련 당시 6·25 전쟁에서 사용된 나무로 된 칼빈소총을 받아들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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