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음성장비 있음에도 과학적 분석 시도조차 안한 듯
취재기자 "MBC만 잘못한 게 아니다" 사실상 잘못 인정
MBC노조 "안 들리는 자막을 믿고 싶은대로 짜맞춘 셈"
일부 기자, 보도전에 SNS 올리고 野에도 알리는 '여론전'

KBS·MBC노조와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 및 월남참전전우회 회원 300여명이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짜뉴스 MBC 규탄 기자회견'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석구 기자
KBS·MBC노조와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 및 월남참전전우회 회원 300여명이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짜뉴스 MBC 규탄 기자회견'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석구 기자

자막 조작 방송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MBC측이 소음으로 대통령 발언이 잘 들리지도 않는데 ‘무슨 근거로 바이든을 적시했는가’와 관련해 해명을 내놓았다. MBC가 27일 저녁 9시 뉴스데스크에서 내놓은 해명은 고작 "기자실 현장에서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최첨단 기계로도 판별하지 못한 대통령의 음성, 그것도 외교적 파장이 엄청날 수 있는 사안을 "기자실 내 의견이 많다"는 매우 주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썼다는 것이다. 그나마 그 의견을 냈다는 기자들도 뉴욕까지 따라갔지만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기자가 아니었다. 풀취재로 들어간 MBC 기자가 확인도 않고 퍼뜨린 ‘바이든’이란 잘못된 정보로 이미 선입견이 생긴 기자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TV의 한 기자는 28일 "동영상 속 취재원 발언을 자막화하는 것은 방송기자에게 생명과 같이 중요한 일이다. 잘 들리지 않는다면 자막을 못 다는게 기본이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MBC의 보도는 기자이기를 포기한 정치꾼의 거짓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논점에서 벗어난 변명을 이어갔다. 순방취재 현장에 있었던 이정은 기자는 "MBC만 잘못한 게 아니라"는 식의 물귀신식 해명을 이틀 연속 반복했다. 이 기자는 "저희 기자는 처음에 ‘무대에서’라고 들었다가, 바이든이란 말과 호응되지 않았다.. 다른 기자가 ‘국회에서’가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결국 자기들도 알아듣지 못한 불확실한 소리들을 몇몇 기자들끼리 짜맞췄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법원이 언론 자유의 영역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잣대가 해당 언론이 팩트체크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여부다. MBC에는 최첨단 음성 장비들이 있고 보도 전에 해당 음성을 분석해 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MBC노조에 따르면 MBC뉴스룸을 이끄는 박성호 국장은 발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22일 오전 MBC 뉴스룸은 "엠바고가 언제 풀리냐?"며 신이 난 듯 떠드는 소리에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바이든이 맞냐’고 팩트체크하려는 의견은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KBS·MBC공영노조와 미디어연대, 국민노조, 비상시국국민회의 등 시민단체 및 월남참전전우회 회원 300여명이 28일 오전 상암동 MBC 본사앞에서 '가짜뉴스 MBC 규탄 기자회견'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석구 기자
KBS·MBC공영노조와 미디어연대, 국민노조, 비상시국국민회의 등 시민단체 및 월남참전전우회 회원 300여명이 28일 오전 상암동 MBC 본사앞에서 '가짜뉴스 MBC 규탄 기자회견'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석구 기자

이정은 기자는 가장 중요한 의문에 대답을 않고 논점을 흐렸다. ‘(미국) 국회에서’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자막 ‘(미국)’을 누가 왜 넣었는가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것이다. 대답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 위배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방송심의규정 위반이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또 현장에서 MBC기자가 나서서 다른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알렸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 기자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속어 발언이 들렸고, 이를 주변에 앉아있던 타 방송기자들에게 알렸습니다" 라고 했을뿐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으로 전파했는지, "바이든 조롱 워딩이 있다"고 전파했다는 이른바 ‘받은글’ 내용이 사실인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역시 MBC의 책임을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존재로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관련 MBC 노조는 28일 "대통령을 근접취재하는 풀기자가 아니었던 MBC 취재기자는 이럴 의무가 없었는데도 비속어가 있다고 주변기자들에 전하고 ‘MBC는 방송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알린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기자가 본업인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선동을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MBC노조는 "일부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대통령의 발언과 동영상을 보도 전에 SNS에 올리고 야당에도 알리는 등 별도의 여론전을 벌였음이 드러났다. 이는 보도업무가 아니라 정치선동행위를 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MBC 기자가 자유로울까?"고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과 민주노총 언론노동조합 등은 MBC조작 방송 후속 사태와 관련해 ‘MBC 좌표찍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MBC노조는 "촬영한 게 MBC이고, 비속어가 있다고 나서서 주변에 알린 게 MBC이고, 엠바고로 풀리기 전에 보도할 거라고 대외적으로 알린 게 MBC이고, (미국)국회라고 자막을 조작한 게 MBC이기 때문이다. MBC는 제기된 의혹에 제대로 답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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