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우주항공기업 블루 오리진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 제안한 민간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Orbital Reef)’. 블루 오리진은 2026년께 구상도의 3분의 1 크기로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블루 오리진
미국의 민간우주항공기업 블루 오리진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 제안한 민간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Orbital Reef)’. 블루 오리진은 2026년께 구상도의 3분의 1 크기로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블루 오리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2030년을 끝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퇴역시키기로 결정하면서 그 빈자리를 메울 차기 우주정거장의 건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ASA의 계획은 민간기업에 우주정거장의 건설과 운용을 맡기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이 막대한 시장을 패권을 놓고 3곳의 기업이 포스트 ISS의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노후화된 우주실험실=ISS는 인류가 건설한 세계 최대 우주실험실이자 심우주 탐사의 전초기지다. 1998년 이래 24년간 248명의 우주인이 방문해 3000개 이상의 실험과 연구를 수행했고 이를 통해 우주항공부터 물리학·의학·식품학에 이르기까지 주요 과학분야의 발전에 기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7명의 승무원이 진리를 향한 탐구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천하의 ISS도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는 법. 내부기기와 하드웨어 시스템의 80%가 수명을 넘겼을 만큼 노후화가 심각해 고장·파손·누수·누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NASA는 2030년을 끝으로 ISS를 폐기할 방침이다. 당초 운영 종료시점은 2024년이었지만 백악관이 지난해말 6년 연장을 결정했다. 후임 없이 ISS가 퇴역하면 중국의 ‘톈궁’이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다만 ISS를 공동 운영 중인 세계 5개 우주기구 가운데 러시아연방우주공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갈등이 커지자 우주협력 중단과 2024년 ISS 철수를 공식화한 상태다.

◇민간 우주정거장 시대=32년간의 임무를 마친 ISS는 2031년 1월 대기권에 진입해 ‘포인트 니모(Point Nemo)’로 불리는 남태평양의 외딴 바다에 영구 수장된다. 남은 8년 동안 NASA는 반드시 미국의 우주개발 공백이 없도록 지구저궤도에 ISS의 후임을 배치해야 한다.

NASA가 내놓은 해법은 민간 우주정거장이다. 직접 건설하는 대신 ISS를 운용하며 확보한 노하우를 기업에 이전해 민간이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이를 위한 ‘상업용 지구저궤도 목적지(CLD)’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지난해 12월 후보기업 3곳을 선정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 미국 휴스턴 소재 우주항공기업 나노랙스, 유명 방위산업체 노스롭 그루만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 NASA와 1억3000만달러, 1억6000만달러, 1억256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하고 최초의 민간 우주정거장을 설계하고 있다. 2024~2025년께 이들 중 단독 또는 복수의 업체를 낙점해 실제 건설에 착수한다는 게 NASA의 계획이다.

먼저 블루 오리진은 연구·거주·산업·관광을 아우른 다목적 비즈니스 파크 개념의 ‘오비탈 리프(Orbital Reef)’를 구상 중이다. 설계안에 따르면 ISS와 유사한 830㎥의 내부공간을 갖췄고 최대 수용인원은 10명이다. 건설 개시 시점은 2026~2027년으로 잡혀 있다.

◇주인에서 고객으로=이에 맞서 나노랙스는 ISS의 미니 버전 격인 ‘스타랩(Starlab)’을 제안했다. 과학연구와 실험에 초점을 맞춰 340㎥ 공간으로 설계됐으며 상시 거주인원은 4명이다. NASA의 버림을 받지 않는다면 2027년 첫 모듈의 발사가 유력하다. 노스롭 그루만의 경우 아직 모든 사항이 베일에 싸여있다. 알려진 건 앞선 두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래 우주정거장의 수요 증대에 대비해 거주·연구모듈의 추가가 가능한 모듈형 설계를 지향한다는 것 정도다.

NASA가 이처럼 막대한 돈과 정력을 쏟아가면서까지 굳이 우주정거장의 주인 지위를 버리고 고객이 되려는 것은 압도적 가성비 때문이다. NASA는 ISS의 운영과 인력·물자수송에 매년 31억달러(약 4400억원) 이상을 쓰고 있는데 민간화가 이뤄지면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우주왕복선 퇴역 후 NASA가 민간기업의 발사체를 이용하며 얻은 비용 절감액이 누적 200~300억달러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결코 허황된 기대가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의 영역이 우주발사체를 넘어 우주정거장으로 확대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누구든 합리적 비용으로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이용할 수 있게 돼 ISS 활용에 제약을 받아왔던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민간우주항공기업 나노랙스가 2031년 1월 퇴역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후임으로 설계 중인 상업용 민간 우주정거장 ‘스타랩(Starlab)’. 2027년 초기 시범 운용을 목표로 보이저 스페이스, 록히드 마틴과 협력하고 있다. /나노랙스
미국의 민간우주항공기업 나노랙스가 2031년 1월 퇴역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후임으로 설계 중인 상업용 민간 우주정거장 ‘스타랩(Starlab)’. 2027년 초기 시범 운용을 목표로 보이저 스페이스, 록히드 마틴과 협력하고 있다. /나노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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