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고르고 있다. /연합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배추를 고르고 있다. /연합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배추 3포기들이 1망(10kg)에 1만원대였던 가격이 올해는 3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여름 한반도를 덮친 이상기후로 폭염과 폭우가 계속되자 배추 작황이 예년 같지 않은 탓이다.

비싼 배춧값에 일찌감치 김장을 포기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포장김치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품귀현상이 빚어져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배춧값 상승을 틈타 식품업계가 포장김치 가격을 슬그머니 인상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추석 이후로 정부가 급하게 배추 비축물량 1300톤을 풀었지만 배춧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배추 1망의 평균 도매가는 2만5860원으로 지난해의 1만1636원보다 122% 폭등했다. 지난해 포기당 5418원이던 소매가격도 66% 폭등한 8651원에 달한다.

배추만이 아니다. 김치 속재료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무·건고추·마늘·양파 등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1.5배 이상 올랐다. 특히 15~20℃ 사이에서 자라는 저온성 작물인 무는 배추와 마찬가지로 작황이 좋지 않다. 현재 무의 평균 소매가격은 개당 3865원으로 지난해 1953원보다 98%나 치솟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업계도 포장김치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달부터 ‘비비고’ 김치 가격을 평균 11% 인상했다. 3.3kg짜리 비비고 포기배추김치 가격은 3만800원에서 3만4800원으로 올랐다.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대상도 다음 달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할 예정이다. 다른 식품업체들 역시 가격 인상을 줄줄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배춧값에 그동안 국산 김치를 고집하던 식당들도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선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산 김치의 수입액은 15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30억원보다 27.6% 증가한 것이다. 특히 배춧값이 정점을 찍은 지난달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1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1% 늘었다.

김장철을 앞두고 유통업계는 배추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마트는 강원도 강릉시 안반데기 지역의 계약 면적을 더 확보했다. 지난해보다 물량을 40% 더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영월·양양·평창군 등에서 배추를 수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배추 공급 산지를 평창·태백·삼척에 더해 춘천·영양 등으로 늘렸다.

이마트는 올해 강원도의 배추 공급업체 한 곳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전체 배추 물량의 30%를 추가 확보하게 됐다. 기존에는 태백 등 두 곳에서 물량을 수급해 왔다.

정부도 배춧값 안정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다음 달 초까지 전국 각지에서 배추 3000톤을 수매해 시중에 즉시 공급하기로 했다. 또 수출용 김치에 쓰이는 중국산 배추 수입 시기를 이달까지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수출용 김치는 국산 배추를 사용해 만드는데, 국산 배추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수출용 김치에 사용되는 국산 배추를 값싼 중국산으로 대체해 국산 배추 공급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정부는 배춧값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27일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 임원진과 민생물가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고물가로 서민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참고 견디는 상황에서 식품업계가 대체로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고물가에 편승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처럼 고공행진 중인 배춧값은 다음 달부터 서서히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0월 초부터 준고랭지 배추가 출하됨에 따라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준고랭지 배추는 해발 400~600m에서 재배되는 배추다. 7월 말부터 8월 사이 파종해 10월경 출하된다.주산지는 평창과 횡성군 일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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