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젊은이들의 성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외향성·개방성·우호성·성실성이 악화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를 팬데믹의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사람들의 건강은 물론 성격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10~20대 젊은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에 의한 집단적 스트레스와 성격 변화 사이에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던 이전 심리학 연구결과들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의대 안젤리나 수틴 교수팀은 최근 코로나19가 젊은이의 인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논문을 SCI급 의학저널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학술 프로젝트인 ‘미국 이해 연구(Understanding America Study·UAS)’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한 이번 연구에서 수틴 교수팀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인성을 나쁘게 변화시킬 만큼 컸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젊을수록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더 침울해지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졌으며 협조성·신뢰성·절제성·책임감이 크게 악화됐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UAS에 등록된 7109명을 대상으로 팬데믹 이전(2014년 5월~2020년 2월), 팬데믹 초기(2020년 3월~12월), 중기 이후(2021~2022년) 등 세 기간으로 구분해 성격 변화를 분석했다. 신경증·외향성·개방성·우호성·성실성 등 대표적인 성격적 특성 5가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44개 문항의 온라인 질문지에 답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대상자의 연령은 18세부터 109세까지 다양했으며 남녀 비율은 41.2% 대 58.8%였다.

그 결과 팬데믹 초기에는 팬데믹 이전과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신경증의 경우 오히려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자신의 불안감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여기면서 현재의 처지를 비관하는 경향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데믹 중기 이후 신경증 완화 현상은 사라진데 반해 외향성·개방성·우호성·성실성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일제히 눈에 띄게 뒷걸음질 쳤다. 평균적으로 우호성이 통상 수준의 약 1.5배 감소했고 외향성·개방성·성실성은 각각 2배, 2.5배, 3배 정도 줄어들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보통 10년의 성격 변화를 추적해야 볼 수 있는 변동폭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령층에 따른 영향이었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중장년층(30~64세)은 소폭의 변화가 일어난 반면 30세 미만의 젊은층은 역대급 변화를 경험했다. 예컨대 18~29세 대상자에게서 성실성에서 무려 20년치의 퇴보적 변동이 관찰됐다. 성실성은 학업·업무 성취도와 밀접하게 연관된 성격 지표다.

수틴 교수는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안겼지만 학업과 취업, 사회생활을 활발히 영위해야 했던 젊은 성인들의 중요한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충격이 그만큼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현 단계에서 이 같은 코로나19에 의한 성격 변화가 일시적인지, 장기적·영구적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이를 규명하기 위한 코호트 연구(추적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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