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주동식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은 객관적인 사실 파악 자체가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퇴색되는 것은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언론들이 이번 사태를 ‘외교 참사’로 몰아가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문재인이야말로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외교 참사를 임기 내내 쉴새 없이 터뜨린 장본인이었다.

중국에 찾아가 열 끼 중 여덟 끼를 ‘혼밥’한 것이 시작이었다. 문재인이 방중한 2017년 12월 13일은 난징대학살 70주년으로 중국 정부가 지정한 추모일이었다. 국빈 방문 날짜로 하필이면 남의 집 제삿날을 고른 셈이다. 시진핑 등 중국 지도부는 난징에 가 있었고 국빈 방문다운 경축 분위기를 낼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방문 일정은 한국 정부가 제시한 것이었다.

수행기자단 폭행 사태도 벌어졌다. 중국 경호원들이 우리나라 기자를 개 패듯 구타해서 안면이 함몰됐다. 세계 외교 역사상 상상조차 하기 힘든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문재인은 중국에 대해 단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뿐인가? 중국의 북경대에 가서 "중국은 큰 산맥 같은 나라고 한국은 작은 나라" "중국몽에 함께 하겠다"며 조선의 선비들조차 낯뜨거워 할 소리를 내뱉었다. 중국의 미래 지도자가 될 청년들에게 한국의 대통령 스스로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고 공인해준 셈이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근대화의 중심축이었던 한미·한일 관계를 박살낸 게 문재인 정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등 과거 정권이 애써 매듭을 지어놓은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 문제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뜨렸다.

문재인이 임기 내내 가장 주력했던 북핵 문제는 국정 운영상의 실패라는 차원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과 나아가 우방인 미국 조야까지 대상으로 삼아 계획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 것 아닌가 의심을 샀던 사례다.

문재인은 핵과 미사일 폐기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을 장담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삶은 소대가리’라는 막말이 모든 것을 증명해준다. 일부 식자들은 북미 사이에서 문재인이 시도했던 북핵 조율을 조선시대 심유경 사례에 견주기도 한다. 심유경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국제 사기질을 벌이다가 처형당했다.

문재인의 외교 참사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됐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유럽을 순방하면서 국익이 걸린 다른 현안들은 다 제쳐뒀다. 오직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애원했다. 교황청에 가서는 교황의 방북을 간청했다. 외교 참사는 문재인의 몫, 부끄러움은 국민들의 몫이었다.

문재인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과 국민들이 피땀 흘려 쌓아온 국가의 자산을 오직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하는 데 집중 투입했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국내 정책은 제쳐두고 하는 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외교 참사라는 말이 나오나? 문재인이 대한민국 외교를 박살낼 때 언론이 ‘외교 참사’라고 비판한 적이 있었나? 기억이 없다. 설혹 있었다 해도, 지금 윤 대통령의 해프닝에 퍼붓는 공세와는 질과 양 모두 비교 불가능하게 사소한 수준이었다.

전임과 비교하지 말라는 반박도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교 평가는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 문재인의 외교 참사를 제쳐두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외교 참사’ 운운하는 자들은 판단력의 저열함에 못지않게 의도의 불순함도 심각하다. 지금 날뛰는 언론의 행태야말로 수십 년 좌파 패권이 이 땅에 배설해놓은 오물이요 ‘언론 참사’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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