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지난 1일 개최된 ‘2022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한 여성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기를 체험해보고 있다. /상하이증권보 홈페이지 캡처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 1일 개최된 ‘2022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한 여성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기를 체험해보고 있다. /상하이증권보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기술 굴기(堀起: 우뚝 솟다)’ 노력은 세계패권을 향한 꿈이기도 하다. 중국이 허난(河南)성에 2025년까지 메타버스 산업을 1000억 위안(약 2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 아이폰 물량의 대부분을 생산해 온 폭스콘 공장이 있던 지역이다.

지난 3년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정저우(鄭州) 아이폰 공장의 생산에 차질을 빗었고, 미국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애플은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아이폰14 일부를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허난성의 차세대 산업동력으로 메타버스가 선택됐다.

메타버스(Metaverse: 메타+유니버스)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말한다. 인류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게 될 기술이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세상이다. 허난성 당국이 27일 발표한 ‘2022∼2025년 허난 메타버스 산업발전행동계획’ 초안을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문건에서 당국은 "상당한 영향력의 메타버스를 위한 ‘혁신적인 존’을 육성하고 관련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길 희망한다"며, 증강현실·디지털자산 등 핵심 기술을 아우르는 주요 계획에 관해 설명했다. 해당 기술들이 ‘산업 메타버스’ ‘에너지 메타버스’ ‘교육 메타버스’ ‘가상인간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중국 당국은 메타버스 산업단지를 지어 관련 기업 50여 개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 분야 발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지방정부 모두 앞다퉈 메타버스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6월 중국 공업정보화부 직속 정보통신연구원(院)이 ‘가상현실 및 메타버스 산업연맹 창설계획’을 내놨으며, 7월 상하이 정부는 메타버스 발전을 위한 100억 위안(약 2조 원) 규모의 산업기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미 1월 후베이성 우한과 안후이성 허페이의 향후 5년간 메타버스 산업육성 계획이 발표된 상태였다. ‘세계 최초 메타버스 도시’ 구축을 공언한 항저우도 있다. 다만 메타버스 생태계의 핵심인 가상화폐 활용·이용시간 등 면에서 당국의 규제가 예상돼, ‘중국형 메타버스화’ 될 가능성이 높다.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기업들 역시 인수·합병과 기술 투자, 연구개발 등을 통해 메타버스 산업에 적극적이다. 메타버스 관련 상표 출원을 진행 중인 중국 기업이 1000곳 이상이다. 난징정보과학기술대(NUIST) 산하 인공지능대학은 최근 정보통신공학과를 메타버스공학과로 변경했다. 중국 최초의 이 메타버스 전문학과에서 학생들은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교육, 디지털 관광과 관련된 지식·경험을 접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일상에 침투하며 평범한 중국인들도 첨단 기술에 친숙해지는 중이다. 7일 중궈신원(中國新聞) 통신사에 따르면, 중추절(9월 10일)을 앞두고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월병이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희소성 때문에 개당 수만 위안(수백만 원)까지 호가가 치솟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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