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헌을 제안했다.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표의 개헌 제안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본인의 범죄 의혹도 여러 건이지만, 사법당국의 수사는 민주당 정치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는 개헌 제안은 형사상 책임을 정치적 거래로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히기 쉽다.

현재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발언 논란으로 극한 대치 상태이다. 이재명 본인도 "이번 외교 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칼을 들이대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협상은 이번 사안에 대한 실정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드러낸 이후에나 가능하다.

개헌 논의는 6공화국 내내 잊혀질 만하면 등장하곤 하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였다. 논의의 초점은 권력구조 개편이었다. 의원내각제냐, 이원집정부제냐 혹은 대통령 중임제냐 하는 데 관심이 쏠렸다. 이는 개헌 논의가 사실상 정치인들의 권력 나눠 먹기 차원에서 논의되어 왔다는 강력한 반증이다.

개헌은 6공화국 헌정체제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 한계란 87년 당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주사파를 중심으로 한 좌파 진영의 승리의 결과라는 점이다. 이런 본질적 한계로 인해 6공화국 내내 좌파의 이념적 영향력이 대한민국을 잠식해왔다. 그 이념적 영향력의 두 가지 축이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론이다.

경제민주화는 경제의 정치화를 의미한다. 정부의 민간부문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고 규제를 무한 확대하며 시장 논리를 악마화했다. 평화통일론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6공화국 들어 사실상의 무장 해제론으로 귀결됐다.

개헌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은 그 이후 문제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의 개헌 제안은 내용과 형식 모두 낙제점이다. 87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의 개헌 담론 제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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