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초등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내 책상 위에,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
부(富)의 허상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 위에, 사막 위에
새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남빛 헌 누더기 옷 위에
태양이 지루하게 머무는 연못 위에
달빛이 환히 비추는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
파괴된 내 방공호 위에
무너진 내 등대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소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인생은 다시 시작하고,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불러 주기 위해서 나는 태어났다

오, 자유여.

폴 엘뤼아르(Paul Eluard;1895~1952)

☞엘뤼아르의 시 ‘자유’는 저항시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엘뤼아르는 1차 세계대전에 종군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는 한편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출판을 주도했다. 그는 자유를 외치기 위해 태어난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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