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27일 KDB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밀실·특혜 매각을 진행했다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대우조선해양 한화 매각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27일 KDB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밀실·특혜 매각을 진행했다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대우조선해양 한화 매각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빚더미에 앉은 채 21년 동안 국민 세금으로 운영돼온 대우조선해양이 우여곡절 끝에 한화그룹이라는 새 주인을 찾은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KDB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밀실·특혜 매각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또다시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달 29~30일 이번 매각에 대한 쟁의 여부를 놓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의 72%가 쟁의 찬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올여름 51일간 빚어진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옥포조선소 1번 독(선박 건조 작업장) 불법 점거 사태로 500억원 규모의 손해를 입은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파업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자신들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 과정에 참여시켜 줄 것을 KDB산업은행 측에 요구해왔다. 이는 인수과정에서 예상되는 고용 승계 문제와 하청노조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철회 등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55.7%를 가진 대주주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진정성 입증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의 취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옥포조선소 불법 점거를 주도한 하청노조를 대상으로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9년 모기업 대우그룹이 파산하면서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절차에 들어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을 앞세워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고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노조의 반발로 번번이 멈춰 섰다.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뛰어들었을 때도 노조가 고용 승계, 개인별 보상금 지급 등의 이유로 가로막으며 현장 실사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할 당시에도 동종업계 매각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우려된다면서 크게 반대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당장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더라도 단기간에 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만 10조474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부채비율도 680%에 육박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의 발주량이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2조429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어느 때보다 경영정상화가 절실하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재차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또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해외 선주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파업 당시 옥포조선소에 파견 나온 해외 감독관들은 선주에 독 무단 점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신뢰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업계는 한화그룹이 수준급의 잠수·전투함과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능력을 지닌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되면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처럼 육·해·공 종합 방산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파업 예고로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원대한 꿈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한편 지난달 26일 한화그룹은 2조원을 투입해 KDB산업은행이 가진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인수하는 내용의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친환경 선박의 발주 증가에 따라 수익성 개선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조기에 ‘턴 어라운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노조 파업이라는 뜻밖에 암초를 만나 표류 위기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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