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열렸다(9월 30일~10월 3일). 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아 온 만화 캐릭터들이 분위기를 띄웠다. /연합
 

제 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성황리에 끝났다(9월 30일~10월 3일). 주제인 ‘이 세계’는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異, e, 理, 利). 2022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미래의 골동품가게’(구아진 작가)를 소재로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異 세계’를 겪으면서 단절됐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 만화·만화가, 만화 생태계의 흐름을 담는 축제의 의미와 포부를 표현했다.

한국만화박물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개막식에 조용익 부천시장과 지역구 정치인들, 국내외 만화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만화’ 세계 특유의 ‘자유롭고 캐주얼한 분위기’였다. 레드카펫 포토행사, 김수용 작가의 만화음악 디제잉, 만화주제가 아카펠라 공연 등 식전 행사가 분위기를 띄웠다. 해외전문가 초청 대담에선 프랑스 리옹 만화축제 니콜라 피카토 감독, 콩고 빌리리 만화축제 엘리온 감독이 코로나 19 이후 각국의 관련 행사 및 만화생태계를 소개했다.

‘만화작가들을 위한 저작권 강의’(전세준 변호사), 특별강연 ‘만화학과를 졸업했습니다만’과 웹툰PD의 기능·역할·취업전망 소개(토리컴즈 송순규 대표) 등은 업계인을 위한 실질적 정보로 채워졌다. 전시회로는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전, K-TOON NFT ART전, 벨기에에서 온 엉뚱냥 르깟전,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전 등이 있었으며, K-TOON NFT ART전엔 이두호·이현세·김형배·김동화 등 원로만화가 10인과 신예 11인이 참여했다. 한국·중국 만화가 51명이 참여한 ‘수교 30주년 기념전: 친구우정’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이현세 AI(인공지능) 프로젝트라는 작업’ 또한 화제였다. 한국 만화계의 역사이자 현역인 이현세(66) 작가가 축제 집담회(‘이 세계로의 출발’)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답한 내용이다. 과거 작업을 디지털에 맞게 편집·채색하며 사진을 이현세 그림체로 전환하는 AI 기술 등을 적용해, 그의 사후에도 계속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생을 꿈꾸던 것이 들킨 것 같다"고 이 작가는 웃으며 말했다.

"그림 좀 못 그려도 누구나 만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 즉 AI 중심의 작업에 대한 우려도 지적된다. 이 작가에 따르면 "참 멋지긴 한데, 통제하기 힘들고 정말 예술가가 되고픈 사람을 무기력하게 할지 모른다." 뛰어난 작가 1명보다 AI를 잘 다룰 사람, 40∼50명의 작가들이 함께 덤비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그럴 때 저작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작가의 창의성·재능보다 매사에 관리자인 회사가 우위에 서는 문제점 등을 이 작가는 아울러 언급했다.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특강하는 이현세 작가. 한국만화계의 원로이자 현역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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