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③ 노조조직률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의 이상 현상

OECD 38개국 중 2017년 이후
조직률 폭증 국가는 한국이 유일
민노총 4년간 48만5000명 늘어

지난 1995년 연세대 대강당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창립 대의원회. /연합
지난 1995년 연세대 대강당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창립 대의원회. /연합

노조조직률은 국제비교와 노조의 성분(수익 기반)과 사명 분석이 필요하다. 노조의 사명은 임금 등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기업 내 노조원에게만 적용되는지, 산업·업종 근로자에게도 적용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표에서 주요국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적용률을 보면, 2018년 기준 한국 11.6%/14.8%, 일본 17.0%/16.9%, 미국 10.1%/11.7%, 영국 23.4%/26.0%이다. 노조가 체결한 협약은 노조원이나 종업원(비노조원 포함)에게만 적용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직률 보다 적용률이 월등히 높은 나라가 있다. 프랑스 10.8%/98.0%, 스페인 13.0%/80.1%, 독일 16.6%/54.0%, 이태리 32.5%/100.0%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은 조직률도 60%가 넘고, 적용률도 80%가 넘는다.

조직률은 낮아도 적용률이 높은 나라는 노조가 단체교섭을 통해, 그 처지와 조건이 천차만별인 산업·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규범을 만든다. 프랑스의 적용률이 98%가 되는 것은, 법으로 노조가 교섭 단위 내의 근로자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 교섭당사자가 될 수 있게 하고, 체결한 협약은 교섭 단위 내 근로자 전체에 적용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를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라 하는데, 선거로 의회를 구성하고, 의회가 만든 법은 국민 전체를 규율하는 것과 같다.

몇 년 전 민주당과 노동계 일각에서 이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는 일에 비해 월등한 권리와 이익을 누리는 현대차나 대우조선해양 원청노조가 체결한 협약을 하청·협력업체로 확대하는 것은 지불 능력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하청을 아우르는 전체 근로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를 거치면 원청노조는 대표성을 잃어버릴 것이고, 원하청을 다 규율하는 보편규범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하면, 원청의 근로조건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하청의 근로조건은 소폭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조조직률 통계는 1977년(25.4%)부터 시작되는데, 1986년까지 10년간 하락하다가, 1987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급상승하였다. 1986년에는 16.8%, 1987년 18.5%, 1988년 19.5%, 1989년 19.8%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다시 20년 넘게 하락하여 2010년에는 9.8%까지 떨어졌다.

중국 베트남 등이 세계 공급망에 들어오고 상품과 기술의 수명이 다하면서, 산업의 사양화, 기업의 경제력 상실,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과 자동화 등이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 민주노총의 전신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출범 당시 서울지역노조협의회 구로지구위원회의 주축 노조가 있던 나우정밀(무선전화기), 중원전자(카세트), 대한광학(망원경)의 운명(폐업, 피인수합병)이 이를 말해 준다.

하지만 지하철노조나 보건의료노조 등은 점점 더 커졌다.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문정부 출범 이후 조직률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2016년 10.3%, 2017년 10.7%, 2018년 11.8%, 2019년 12.5%, 2020년 14.2%가 되었다. OECD 38개국 중에서 2017년 이후 조직률이 폭증한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2020년 말 기준 노조원 수는 280만 5000 명인데, 한국노총 115만 4000 명, 민주노총 113만 4000 명, 공공노총 7만 7000 명, 미가맹 노조 41만 7000 명이다. 4년 동안 한노총은 31만 2000 명, 민노총은 48만 5000 명, 공노총은 5만 7000 명이 늘었는데, 증가를 주도한 쪽은 공무원·교원을 포함하는 공공부문과 건설산업이다. 전자는 문정부의 ‘양반귀족=민주당’ 지지층 늘리기 정략의 산물이고, 후자는 건설현장에서 노조의 불법폭력을 방치한 탓이다.

민간부문 조직률은 11.3%, 공공부문(중앙정부 공공기관) 69.3%, 공무원부문 88.5%, 교원부문 16.8%이다. 기업규모 30명 미만은 0.2%, 30~99명 2.9%, 100~299명 10.7%, 300명 이상은 51.5%(141만 9천명)이다.

특히 민노총 산하 노조가 똬리를 튼 부문·산업·기업들 중에, 노동3권 보장의 대전제인, 완전경쟁 시장에서 힘겹게 생존 투쟁을 벌이는 곳은 거의 없다. 조직률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국에서 노조가 있는 곳은 대체로 근로조건이 좋은데, 이는 현대·기아차처럼 생산성(글로벌 경쟁력)이 높거나, 은행처럼 국가규제로 보호를 하거나, 정부(공무원)나 공공기관(전력, 가스,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 등)처럼 세금이나 요금이 지불능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규제산업이나 공공부문의 지불능력은 생산성에 뿌리를 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규제나 표준의 산물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을 하는 현대·기아차는 실제 생산성이 높다. 하지만 이 역시 노조의 주력인 생산직 근로자의 힘이 아니라, 연구개발(R&D) 인력과 협력업체의 높은 생산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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