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위기감을 느낀 지지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팬덤 정치 집단 ‘개딸’들이 있다.

‘개딸’의 실체를 밝히기 전에 먼저 팬덤 현상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 원래 팬덤은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를 향한 맹목적 추앙이었다. 그건 순전히 감성의 영역으로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대중은 그곳에서 억눌린 감성을 발산하고 소비한다. 반면에 정치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성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팬덤이 정치 영역에 들어오면 공동체는 혼란에 빠진다. 감성과 이성은 물과 기름처럼 조화되지 않고, 건전한 공동체를 이끌어왔던 이성과 대중적 감성이 서로 대립한다. 작금 한국사회는 T.홉스가 일찍이 말한 ‘리바이어던’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지 모른다.

미디어기술의 진보는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라디오의 빠른 보급은 그것을 적극 활용한 루스벨트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TV는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었는데, 당시 미국은 본격적으로 텔레비전이 보급이 확산되던 시기로 정치인들의 TV 토론이 생중계되기 시작했다. TV는 젊음과 외모에 뛰어난 말솜씨까지 겸비한 케네디의 장점을 크게 부각시켰고, 케네디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뒤이어 등장한 인터넷은 오바마와 노무현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는데 ‘노사모’는 정치 팬덤 현상의 시초였다.

지금은 휴대폰이 정치의 환경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앞선 사례에서 보았듯 정치인들은 이 작고 뜨거운 미디어 활용에 목숨을 건다. 그리하여 가짜뉴스는 모바일을 타고 빛의 속도로 전달되고, 대중의 확증편향은 나날이 심화·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수상한 정치 팬덤이 등장하는가 하면 알바 댓글부대가 동원되어 여론을 조작한다.

포퓰리스트들의 공통점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권력 쟁취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을 현혹하더니 급기야 민주당 대표가 되었고 종당에 대권을 넘보는 이재명은 한국의 팬덤 정치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건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입니다." 또 문재인은 "정치의 양념 같은 것이지요" 하고 말했다. 여기에 어용 지식인들이 가세해 "팬덤은 참여민주주의의 요체로, 유권자의 지위가 높아져 정치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요설을 부렸다.

이제 ‘개딸’의 실체를 밝힐 때가 되었다. 정치 팬덤 ‘개딸’은 ‘2030 주축 개혁의 딸’ 준말이라는데 소가 웃을 소리다. 그들의 사이버공간을 한 번만 살펴보시라, ‘개딸’이 구사하는 언어는 2030의 그것이 아니라 4050 아저씨 아줌마들의 것이다. 말하자면 4050 아줌마 아저씨들이 2030 여성의 탈을 쓰고 ‘이재명 구하기,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의 팬덤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중 대다수는 사이버 알바들로 익명성을 방패삼아 활동하는 자들이다. 참으로 정치기술자다운 대담한 발상이다.

얼마 전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한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는 ‘개딸’을 향해 공개적으로 만나서 토론하자고 제안하며 구체적 장소와 시각을 제안했다. 그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은 ‘개딸’들에 의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문자폭탄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조정훈 대표는 공지된 장소에서 2시간을 넘게 기다렸지만 단 한 명의 이재명 지지자를 만났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2030 개딸’이 아닌 민주당을 지지하는 50대 여성이었다.

한마디로 ‘개딸’의 정체는 정치기술자 이재명과 그 일당이 만든 허구의 단체다. 오늘날 ‘개딸’이 강력한 정치세력처럼 대중에게 인식된 것은, 실체도 없는 ‘개딸’을 홍보한 언론의 공이 크다. 눈사람이 봄의 훈풍에 흔적 없이 녹아내리듯 어느 순간 ‘개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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