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 '뜨거운 얼음' 한국어 출간...20년 만에 국내 독자들과 만나

10월 4일 나온 <뜨거운 얼름: 글렌 굴드의 삶과 예술>(마르코폴로 700쪽) 표지. 굴드연구의 최고권위자 케닌 바자나가 2003년 캐나다에서 처음 출간한 지 거의 20년 만에 한국독자를 만나게 됐다.
 

올해로 캐나다 태생 천재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탄생 90주년,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다. ‘괴짜’로 불린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이다. 취향이나 관점이 다를 수 있음에도 ‘20세기 10대 피아니스트’를 꼽을 때 반드시 들어간다. 굴드만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연구되고 추앙받은 피아니스트가 없다. 성격·작품·사상부터 연주·녹음 시 낮게 흥얼거리는 ‘허밍’ 습관에 이르기까지, 굴드의 삶 모든 측면이 수많은 연구자와 팬들의 호기심을 끈다.

굴드의 자필 편지는 3000달러 이상에 팔렸고, 자필서명 들어간 사진이 그보다 비싸게 거래된 바 있다. 그가 학창 시절 작곡한 악보의 감정가는 1만5000달러를 넘기도 했다. 드라마틱한 관심을 자아내는 음악가라 그런지 평전이 많다. 대부분 한국어로 소개돼 있는데, 이번에 하나를 더하게 됐다. 4일 출간된 <뜨거운 얼음: 글렌 굴드의 삶과 예술>이다(마르코폴로 700쪽).

저자 케빈 바자나는 캐나다의 음악사가(史家)이자 굴드 연구의 권위자다. 그의 20여 년간 수집·조사한 광범위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꼼꼼히 굴드의 삶과 예술이 재구성됐다. 저자가 1999년부터 쓰기 시작한 이 책은 2003년 캐나다에서 처음 나왔고, 5년 내 미국·영국·퀘벡·이탈리아·프랑스·독일·스페인·러시아·일본·대만·중국에서 출판됐다. 세계적인 ‘굴드 인기’를 말해준다. 여기에 굴드의 독특한 성격이 한몫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에 따르면, 굴드의 기벽은 매력적이었다. 은둔형 기질이 신비감을 더했으며, 권위적이지 않은 성품 또한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섹스를 멀리한 점이 오히려 여성팬들에게 성적 매력을 선사했고, 특히 반항적인 아웃사이더의 이미지가 그를 사후에 더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이 책의 판권이 해외로 팔리기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에서도 출간 논의가 있었지만 무산됐었다. 출간된 지 거의 20년 만에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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