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날보다 34.02p(1.58%) 오른 2,189.51로 시작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내린 1,428.0원으로, 코스닥은 12.54p(1.86%) 오른 685.19로 개장했다. /연합
코스피가 전날보다 34.02p(1.58%) 오른 2,189.51로 시작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내린 1,428.0원으로, 코스닥은 12.54p(1.86%) 오른 685.19로 개장했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과 달러 강세로 국내 증시가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만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0.77%, 14.67% 떨어졌다. 이는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실제 같은 기간 유럽의 유로스톡스50지수는 4.00%, 독일의 닥스(DAX)지수는 4.08%, 그리고 프랑스의 까그(CAC)40지수는 4.05% 하락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증시 하락을 이끈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 하락폭도 각각 9.25%, 10.26%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하락폭을 밑돌았다. 주변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도 낙폭은 과다한 상태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5.04%, 일본의 니케이225지수 역시 6.23% 내리는데 그쳤다.

국내 증시의 추락은 미 연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이탈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환율이 치솟으면 주식을 매도해 달러로 환산할 때 큰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투자자는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코스닥지수가 27.88%, 코스닥지수는 35.19% 급락하는 등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시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1조8539억원으로 올해 1월 3일의 71조7328억원 대비 28% 감소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자금을 뜻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주식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통용된다. 이 자금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예탁금과 더불어 증시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신용거래 융자잔고 역시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17조461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지난달 19일 이후 8거래일 연속 감소하면서 17조원대로 내려왔는데, 이는 지난 7월 18일 이후 처음이자 올들어 최저 수준이다.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빚을 내 주식을 매입한 금액을 나타내는 것이다. 40~45%의 보증금률만 맞추면 증권사에서 나머지 금액을 빌려 주식을 살 수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많은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증시가 호황일 때는 레버리지 효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빚을 내서 산 주식의 가격이 만기일 내 하락해 담보유지비율이 지켜지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의 보유 주식을 반대매매해 강제 청산한다.

국내 증시는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대금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69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14조614억원과 비교해 45.27% 감소했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코스닥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는데, 지난달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1964억원으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 43.09% 줄었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금융당국은 증권시장 안정펀드의 재가동과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 때 조성한 증안펀드는 실질적 가동을 멈췄지만 펀드 자체는 아직 해산하지 않고 기존의 운영 틀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은행, 5대 금융지주 등 23개 금융기관과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이 10조7600억원 규모의 출자 약정을 체결하면서 출범했다.

증안펀드는 출자 약정 기한이 만료되면서 껍데기만 남은 채 주가 방어에 투입할 ‘실탄’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자금 출자 약정이 다시 체결될 경우 이달 중순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를 재가동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증안펀드 재가동을 논의하면서 공매도 금지 역시 대책으로 내놓을 개연성이 있다. 대책 특성상 공매도 금지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증안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가 먼저 시행되지 않으면 증안펀드 자금 투입의 효과가 반감되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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