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2027년까지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 양산을 선언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이 같은 계획을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2027년까지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 양산을 선언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이 같은 계획을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27년까지 1.4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시스템 반도체 양산을 선언했다.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 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1.4나노 양산 계획을 공개한 것은 5년 내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인 대만의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 패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일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정기술 혁신 로드맵을 공개했다. 로드맵에는 2027년 1.4나노 반도체 양산과 함께 2025년까지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다. 이는 지난 8월 오는 2025년까지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TSMC를 겨냥한 것이다.

앞서 TSMC는 지난 5월 1.4나노 반도체 기술개발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TSMC의 1.4나노 반도체 공정 도입 시기를 2028년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가 2나노 반도체를 비롯해 1.4나노 반도체까지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미 기술력 측면에서 TSMC를 앞질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핀펫(FinFET) 트랜지스터 양산을 시작으로 지난 6월에는 3나노 공정의 핵심 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개발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아직 핀펫 기술에 머무르고 있는 TSMC를 압박하고 있다.

핀펫 기술은 트렌지스터를 구성하는 게이트와 채널 간 접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효율이 높아지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구조다. 주로 5나노 공정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4나노 이하 공정부터는 동작 전압을 줄일 수 없어 3나노 공정부터는 적용하기 어렵다.

반면 GAA 기술은 종이처럼 얇고 긴 나노를 여러 장 적층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여 핀펫 기술의 한계를 넘어 더욱 세밀한 공정을 완성할 수 있다. GAA 기술은 핀펫보다 공간은 35%, 소비전력은 5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성능은 30% 이상 상승했다.

GAA 기술을 통해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시스템 반도체의 기술 패권을 쥘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2나노뿐 아니라 1.4나노 계획을 자신 있게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GAA 기반의 공정기술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쉘 퍼스트’라는 새로운 방식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시장 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쉘 퍼스트는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고, 향후 시장 수요와 연계해 탄력적인 설비투자로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해 고객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의 1·2라인을 쉘 퍼스트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를 국내외 글로벌 라인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선단공정 생산 능력을 2027년까지 올해보다 3배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5D와 3D 이종 집적 기술개발을 통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도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패키징 기술은 반도체를 충격이나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여러 개의 반도체를 쌓거나 묶음으로써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3나노 GAA 기술에 독자적인 MBCFET 구조를 적용해 고객사들에 고성능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외에 고성능 컴퓨팅(HPC), 차량용 반도체,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등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모바일을 제외한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비전’을 선언한 바 있다. 경쟁사인 TSMC의 아성을 넘기 위해 171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예산도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번 1.4나노 양산 계획은 그 신호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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