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세계 최대의 e스포츠 대회인 롤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롤드컵 중계를 맡은 ‘트위치’라는 플랫폼이 대한민국에서만 고화질을 제한하고 최대 720p의 화질로 서비스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트위치란 미국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게임 중계 플랫폼이며, 국내 이용자 수는 올 6월 기준 월간 245만 명으로 유튜브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비슷한 형태의 플랫폼이다.

트위치처럼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측을 CP(Contents Provider)라고 한다. 이번 이슈에서 CP 측과 대척점에 있는 상대는 국내 통신 3사인 SKB(SK브로드밴드), KT, LG 즉 통신망을 깔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Interner Service Provider) 측이다. 이슈의 중점은 외국 기업인 해외 CP 측이 국내 ISP의 인터넷망을 사용하며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으니 기존의 ‘망 접속’에 대한 비용에 더해 ‘망 사용’의 비용까지 추가로 내도록 과금의 형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이슈는 지난 2020년 2월 넷플릭스와 SKB 소송으로 시작됐는데 ‘외국기업이 국내에 망 사용료를 내는게 뭐가 문제냐’, ‘애국심이 없다’는 등의 논리로 망 사용료에 대해 합리화 시키며 통신 3사의 손을 잡고 국회가 입법을 준비하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에서 이익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트위치 같은 해외CP는 서비스의 품질을 낮추며 점차 국내에서 철수하거나 기업의 지출을 메우려 일반 사용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해 사용자의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 집 전화로 인터넷을 사용해 전화비가 수십만 원씩 나와 부모님께 야단맞고 전화선이 가위로 잘리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CP들의 해외 수출시 역차별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국내 ISP만 배불리게 된다.

이 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일 "망사용료법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며 지적했는데, 우습게도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들이 국내 ISP 사업자에 대한 망 사용료를 지급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했었다. 더욱이 올 8월에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22대 민생입법과제’로 선정해 추진했다. 9월 22일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이 망사용료에 관련된 법안으로 대표 발의자인 윤영찬 의원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조승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3인과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당한 무소속 양정숙이 법안을 발의했다. 한마디로 최근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밀어붙이며 시장 혼란을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당론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이다.

답답한 것은 21대 국회 초반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몇몇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고 동의했었다는 이유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싸잡아 욕을 먹고 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문제를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10대부터 2030이 핵심 사용층인 트위치,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이용자들 역시 국민의힘이 늘 갈망하는 청년층이며 현재 그들의 핵심 이슈인데도 말이다. 청년세대는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본인과 관련된 이슈를 ‘해결해 준다’ 또는 ‘해결할 수 있다’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정당과 후보를 지지해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벌써 이재명과 민주당은 싫지만 이걸 해결해주면 뽑아주겠다는 내용의 글이 돌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온라인 여론전에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디지털세’와 같이 OECD나 G20 등 국제기구가 룰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손 놓고 있다가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된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누가 성난 민심에 화를 당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청년 표를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을지 몇몇 청년 정치인에만 기대려 하지 말고 청년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런 사회 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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