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년 만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4일 오전 7시 23분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되어 동해 방향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을 날아갔다. 비행거리 4500여km, 고도 970여km, 속도는 마하17 정로로 탐지됐다.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궤적이 틀림없다.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홋카이도(北海道)와 아오모리(靑森)에서는 한때 대피령이 내려졌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4일까지 열흘 간 총 5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틀에 한 번 꼴이다.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발사에 미국·유럽까지 일제히 반응했다. 미국 국무부와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대변인은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멈추고 대화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보낸 ‘도발 메시지’는 세 가지다. 첫째,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둘째, 주일미군과 괌 기지 위협. 셋째, 곤경에 빠진 러시아 푸틴을 외곽에서 지원해주면서 김정은이 자기 몸값을 높이려는 수작이다. 김정은이 ‘우리(북)가 동쪽에서 도발하여 미국의 시선을 분산시켜 줄테니, 푸틴은 내게 고마워해라’는 메시지가 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퇴하는 푸틴에게 핵사용을 간접적으로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 김정은 입장에선 푸틴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해주면 ‘고마운’ 일이다. 핵무기의 실상을 보게 되면 ‘남조선 인민’들이 겁을 먹고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라"며 윤석열 정부의 등을 떠밀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우리 정부가 김정은의 말을 잘 듣도록 강제하려는, 오래된 북한 수법이다. 그 최종 목적은 한·미 군사동맹 파기다. 이번 도발은 ‘한·미·일 군사협력 파기’ 요구가 가장 강하다. 한미일 협력은 중국이 결사반대한다. 김정은은 제20차 당대회를 앞둔 시진핑에게 점수를 따고 자기 몸값도 높이려 한다. 또 ‘우리(북)가 7차 핵실험을 할 때 중국은 우리를 반대하지 말라’는 뜻도 함께 있다.

끝으로, 북한이 노리는 게 하나 더 있다. 남한내 친북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미·일을 향해 도발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힘 있고 배짱도 두둑하다. 남조선에서 반미·반일 하는 동지들 열심히 하시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이 대목은 웬만한 전문가들 눈에도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정부 안보부처는 잘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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