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가운데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인근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가운데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인근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

12월 24일 대전교도소에서 수형 만기 1년5개월을 남기고 개선장군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나온 이석기 전 통진당 대표. 8년 가깝게 살았으니 감방에서 오래 살긴 살았다.

"말 몇마디로 현역 의원을 감옥에 집어넣은 사람(박근혜)인데.."라고 이석기는 나오자마자 말펀치를 날렸다. 그는 경기동부연합의 우두머리답게 현란한 화술로 ‘이석기 피해자ㆍ박근혜 가해자’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버렸다.

언론인 출신 작가는 "말 몇 마디로 현역 장관을 공개 총살시킨 북의 그 분(김정은)을 지칭한 줄…"이라고 꼬집었다. 이석기는 2013년 9월 아르오(RO·혁명 조직) 총책으로 조직원 130여명과 모임을 갖고 전쟁 발발 시 유류·통신시설 파괴 등 체제전복을 꾀하는 내란을 모의한 혐의(내란음모·내란선동)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 모두 유죄라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내란 실행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으로 이석기의 형량은 조금 깎였다. 대부분의 혐의가 인정되고 체제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에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이라며 해산결정을 내린 바 있다. 어쨌든 2015년 1월 대법이 판결을 확정했으니, 이석기는 뱃지 달고 호강하다 오랜 기간 썩으며 고생을 하긴 했다. 그런데 이는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한 데 대한 징벌인데 피해자라고 하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 아니더냐?

이석기는 "저 문 하나를 넘는데 아홉 번의 겨울을 거쳤다. 이제 사람들의 마을로 돌아간다"고 폼을 잡았다. ‘사람들의 마을’이라는 시적 표현으로 멋까지 부렸다. 가수 이동원이 정호승의 시를 만지작거려 만든 ‘이별노래’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석기가 이리도 잘난 척 폼을 잡는 건 경기동부연합이 옹립한 이재명 후보의 대권 쟁취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게다. 이석기는 이어 "말 몇마디로 오랫동안 감옥에 가두는 이런 야만적인 행태는 없어져야..."라고 뼈있는 말도 했다.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한 그가 서슴없이 내뱉는 가시 돋친 말들에서 난 후흑의 뻔뻔함을 본다.

이날 경기동부연합의 수괴가 출소하는 곳으로 300여 지지자들이 몰려 ‘이석기’를 연호하며 북새통을 이뤘다. 한 정치인은 "이재명 당선 후 그 다음 여당 후보는 이석기가 되고 대한민국은 적화(赤化)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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