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자본잠식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 주기해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모습. /연합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자본잠식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 주기해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모습. /연합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불똥이 국내 항공사들로 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여행객들이 늘어나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고환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 항공기 운영에 필요한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지출하고 있는 탓이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284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외화평가손실은 환율의 변동으로 외화 표시 자산이나 부채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환율 탓에 소비자들의 여행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고환율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면 항공사들의 수익 개선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고환율로 비용 지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도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고환율 여파로 올해 2분기부터 항공사의 외화환산손익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외화환산손익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와 이익을 말한다.

특히 환율이 폭등하면서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완전 자본잠식이란 자본금 총계가 ‘0’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되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기준 자본금은 3720억원 규모다. 자본총계는 204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4조8900억원 규모의 외화부채를 안고 있다. 이 가운데 달러 부채는 4조4500억원이다. 지난 6월 1200원대 후반이었던 환율이 이달 들어 1400원대까지 폭등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외화부채는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환차손 규모는 36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렸던 화물 운송사업이 3분기 들어 약세로 들어서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완전 자본잠식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를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완전 자본잠식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500%에 달하는데,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화물 운송사업이 하반기에는 다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신주 발행을 통해 자본금을 늘리는 방식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다. 실제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진에어,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사(LLC)들도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 카드를 쓸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다. 발행주식이 늘어나면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으로서는 인수자금이 추가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의 지원도 쉽지 않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심사가 미국·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국책은행이 나섰다가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됐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해외 경쟁당국의 불허로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회생 불가 상태로 치닫게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결합심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베트남, 튀르키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에서 허가가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임의 신고국인 영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필수 신고국들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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