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올해 만 70세 이해찬이 인생을 결산하는 회고록을 냈다. 7선 의원, 지난 총선 민주당 압승의 주역, 노무현 정부 책임총리, 김대중 정부 교육부장관, 김·노·문 정권 창출의 핵심 지략가다. 1970~80년대 운동권의 기획·전략·정책 책임자, 출판과 유통으로 사상이념 확산에도 큰 역할을 한 운동권의 산 역사다.

책은 이해찬과 운동권의 고난 극복 승리의 기록이자, 고작 이재명에게 그 역사를 헌납한 파산의 기록이다. 유시민은 ‘어느 공적인 인간의 초상’이라는 발문(跋文)에서,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고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다"는 문장을 가장 멋지다고 꼽았다.

역사는 편집과 해석을 거친 집단 기억이다. 편집과 해석을 잘못하면 반문명·반국가·반민주적 가치를 높이 받들 수 있다. 이해찬은 책에서 대한민국은 "여야 정치세력이 항일세력이 아니었고 상층에 친일·친미가 주류"여서 "자주적인 정부"가 될 수 없었단다. 사실도 아니거니와, 그가 퍼뜨린 운동권 필독서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는 양반·관료에 의한 잔혹한 착취와 억압이 횡행하던 조선말기를 망각한 탓이다. 이승만·안창호·윤치호처럼 이를 뼈저리게 기억하면 역사에서 자유·평등·법치·재산권·교육·기독교 등 서구문명의 가치를 배운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태어나 3·1운동 이후부터 민족적·정치적 자각이 시작되는 정치인과 문화인들은 자유와 문명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주와 반일의 가치를 맨 위에 올린다.

이해찬과 문재인은 '자주=반일·반미=친북·친중' 등식을 가진 죽은 이론가들의 지적 후예요, '민주화=반독재=반기득권 카르텔=윤 정부' 등식을 가진 이념적 화석의 전형이다. 운동권의 서글프고 처참한 파산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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