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일본 열도를 넘어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와 F-2 전투기들이 미국 해병대 제12항공단 소속 F-35B 전투기들과 규슈 상공을 편대 비행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본부 제공. /로이터=연합
북한이 4일 일본 열도를 넘어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와 F-2 전투기들이 미국 해병대 제12항공단 소속 F-35B 전투기들과 규슈 상공을 편대 비행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본부 제공. /로이터=연합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5일(한국시간)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미 연합훈련을 마친 후 한국 해역을 떠났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000t급)가 동해 공해상으로 재출동된다. 그 전날, 북한이 도발한 지 10시간 만에 주한미공군도 움직였다. 한국 공군과 함께 전투기를 동원해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을 투하하는 정밀폭격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주둔 미 해병대 역시 일본 항공자위대와 전투기를 동원해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벌였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4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3시간여 지나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9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북한의 도발이 잇따랐으나, 미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일본과 외교·안보채널도 즉각 가동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를 가진 뒤,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미일 양자·한미일 3자·국제사회와의 공조 등을 통해 공동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한미일 3국 외교 차관도 전화 통화에 이어 수주 내 일본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훈련이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등에 대한 반발이었다면, 5일 탄도미사일 발사는 전략적 도발의 성격이 커 보인다. 이번 IRBM을 통해 북한은 태평양 주둔 미군의 요충지인 괌 타격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한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을 한국은 중거리(intermediate-range) 탄도미사일로, 미국은 장거리(long-range) 탄도미사일로 각각 규정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전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미국이 장거리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를 끝낸 상태다.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시기는 중국의 공산당 대회 마지막 날(이달 16일)부터 미국의 중간선거일(내달 8일) 사이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으로선 러시아와 북한의 핵 위협에 동시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 견제 또한 힘을 뺄수 없다. 대만이 중국의 침공 위협 앞에 상시 노출된 상황이다.

美 중간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해 북한 도발의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원칙론을 거듭 재확인했다.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결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독자 제재에 나서며 서방세계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아 4일 우크라이나에 하이마스 4기를 포함한 6억2500만 달러(약 8900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2번째 안보 지원으로,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지원 규모는 175억 달러(약 24조9900억 원)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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