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글실험프로젝트'…음악·영상·패션 등으로 재해석
근대 한글 변화상에 주목…추후 베이징·도쿄·홍콩에서 순회전시 예정

한글날을 사흘 앞둔 6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개막식에서 해설사가 한동훈 작가의 '말의 형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한글날을 사흘 앞둔 6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개막식에서 해설사가 한동훈 작가의 '말의 형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연구소' 입구를 지나자 흰색,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등 여러 색의 조화가 어우러진 조형물이 등장했다.

두 부분이 연결된 조형물은 펼쳐 놓은 책 같기도 했고, 창이나 문 같기도 했다. 자세히 보니 그 안에는 두 눈과 손, 발의 이미지와 '휴먼'(Human) 등 다양한 문자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4년 전 외국어 교재로 쓰였던 '아학편'을 모티브로 창작한 '한HAN글文'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 한글을 예술이나 산업 콘텐츠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 전시가 마련됐다. 한글의 가치를 조명해 온 국립한글박물관의 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를 통해서다.

이달 7일 개막하는 전시는 근대 한글의 변화상을 주제로 한 창의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1876년 개항 이후 근대 문물과 제도가 도입되면서 큰 변화가 일었던 근대 시기 한글이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주목한 전시다. 시각·공예·패션·음악·영상 분야 작가 19명과 4개 팀이 참여했다.

전시의 첫 부분인 '동서말글연구실'은 동·서양을 잇는 언어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들은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글을 독특한 형태로 기록한 '금단의 나라 조선', 프랑스인 선교사가 편찬한 한국어 문법서 '한어문전' 등을 모티브로 삼은 색다른 작품을 선보인다.

유정민 작가는 'ㄱ' 자가 5개 겹친 듯한 긴 의자를, 이상봉 디자이너의 아들인 이청청 작가는 전통 한복 구조에 트렌치코트, 재킷 등을 결합한 '낯섦과 새로움, 그리고 연결'을 공개했다.

2부 '한글맵시연구실'은 한글을 어떤 모양으로 조합하고 배열할지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

한글을 가로로 풀어 쓴 예시를 보여준 주시경의 '말의 소리'는 조각 선반과 포스터로 새로 태어났고,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나온 연활자 서체는 한지 주름이 돋보이는 조명 디자인에 녹아들었다.

지난 1∼3회 프로젝트와 달리 음악을 더한 것도 눈에 띈다.

'우리소리실험실'에서는 근대 시기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판소리계 고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 디자인 등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국악 아카펠라 그룹 '토리스'가 부른 판소리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 대목도 들을 수 있다.

 

이어진 '한글출판연구실'에서는 19세기 이후 신문, 잡지 등 다양한 출판물이 발달하면서 한글 보급이 활기를 띠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1907년 고종의 강제 퇴위를 알리기 위해 발행한 신문 호외는 바닥에 놓인 소형 TV 5대와 대형 TV 화면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예승 작가는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인쇄된 이야기책 '딱지본'를 시각화한 영상에 증강현실(AR) 기술을 더했다.

근대 한글 연구의 막바지는 '주시경 선생 유고'다. 전시를 채운 35건 1천500여 점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 만들지 않은 것이다.

우리말 학자 주시경의 업적을 한데 모아 그를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만든 이 책 뒤로는 작곡가 김백찬이 만든 '그대의 꿈으로' 노래가 흘러 나온다.

'내가 지금 부르는 이 노래는 / 그 옛날 당신이 꿈꾸던 희망 / 그 옛날 당신이 바라던 세상'

유호선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한글이라는 문자를 '오브제'(objet·대상)로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이후 베이징, 도쿄, 홍콩 등을 돌며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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