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휘장' 무단 사용...고민정 민주당 거짓말대책위원장도 동행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인도를 방문해 유명 관광지인 타지마할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인도를 방문해 유명 관광지인 타지마할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뉴시스

2018년 11월 한국 정부에서 인도를 방문할 당시 방문단의 최고위 인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서 ‘영부인’으로 바뀌면서 거액의 혈세가 낭비된 사실이 드러났다. 공무원들만 출장에 나섰다면 2500여 만원의 경비로 충분했으나 김정숙 여사가 추가하며 청와대 인사들이 추가로 따라붙었고 경호와 의전 비용이 추가돼 최종 지출된 예산은 3억7000여 만원이었다.

김 여사는 2018년 11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이용해 3박4일 일정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남편 문 대통령과 함께 인도에 갔다가 "다시 오게 되면 타지마할에 꼭 갈 것"이란 말을 남기고 돌아온 지 4개월만이었다. 명목은 ‘현지 공원 기공식과 축제 참석’이었다. 더욱이 김 여사는 이 출장에서 사전 계획서에도 없는 유명 관광지 타지마할을 방문했고, 여러 장의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공개한 ‘2018년 한-인도 문화협력 대표단 관련 예비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당시 김정숙 여사를 위시한 우리 대표단은 3박4일(김 여사 일정 기준) 방문에 총 3억7320만원을 썼다. 또 별도 공개된 당시 ‘공무 국외출장 계획서’와 그 세부 내역서에 따르면 애초 인도 요청대로 문체부 장관·직원만의 대표단을 꾸렸다면 지출됐을 금액은 약 2591만원이었다. 규정에 따른 도 전 장관 항공기 1등석 이용료 600만원과 식비, 숙박비, 업무추진비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그런데 실제 지출은 이에 15배 가까운 3억7000여만원이었다. 최종적으로 대표단은 김 여사 포함 20명으로 구성됐는데, 그 중 문체부 소속은 도종환 당시 장관을 포함해 6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청와대 소속이었다.

대표단의 세부 지출 내역을 들여다보면, 지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공군2호기를 띄우는 비용이었다. 2억3670만원이었다. 여기에 대통령급 경호에 필요한 차량과 각종 장비를 빌리는 데 4077만원이 들었다. 그 외 단기근로자 7명 급여와 휴대전화 요금 등으로 698만원, 청와대 파견 인력의 여비 등이 추가됐다.

이처럼 ‘약 15배’로 늘어난 예산이 배정되기까지 걸린 기간도 단 사흘이었다. 문체부가 기재부에 신청한 예산은 하루 만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신청 사흘 만에 배정됐다.

대통령 없이 단독으로 공군2호기를 탔음에도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휘장을 사용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공군2호기는 반드시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 인사의 해외 순방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봉황 휘장은 반드시 대통령이 탑승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다. 과거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군 2호기에 탑승했을 때는 봉황 휘장을 하얀 천으로 가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의 인도 순방 때 공군2호기에는 봉황 2마리와 무궁화가 새겨진 ‘대한민국 대통령 휘장’이 걸렸다.

당시 국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던 지상욱 국민의힘 전 의원은 "국민이 부여한 그 엄중한 대통령직(presidency)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참칭한 것"이라며 "국기문란, 국정농단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임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일부 의원님들의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이런저런 지적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그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7월 인도에 다녀온 지 불과 넉 달 만에 김정숙 여사만 단독으로 다시 인도를 방문한 것이, 당시 청와대 설명과 달리, 인도의 요청이 아닌 한국 측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는 증거도 추가로 드러났다.

외교부의 2018년 7월18일자 공문을 보면, 외교부는 문체부에 ‘귀부에서 고위인사(장관급) 참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바, 필요한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로부터 2개월 뒤 주(駐)인도한국대사관이 외교부에 보낸 공문에도 ‘(인도 정부가) 우리 도종환 문체부 장관님이 동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재차 요청해 왔음’ ‘따라서 적극 검토해주시기 바람’이라고 적혔다. 애초에 영부인은 인도 측 초청 대상도 아니었고 장관급 인사의 방문으로 충분했는데 청와대의 결정으로 김 여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변경된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 자격으로 인도 순방에 동행했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순방에 대해 "인도 방문은 모디 총리가 김정숙 여사가 행사 주빈으로서 참석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내옴에 따라 성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밝혀짐에 따라 고 의원이 맡고 있는 민주당 ‘거짓말대책위원회 위원장’ 자격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 의원은 예정에 없던 김 여사의 인도 방문으로 수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에 대한 ‘공범’인 셈이다. 그럼에도 고 의원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김 여사를 공식 초청했다"며 여전히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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