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뉴욕주 포킵시의 IBM 시설에서 양자컴퓨터를 보고 있다. /AF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뉴욕주 포킵시의 IBM 시설에서 양자컴퓨터를 보고 있다. /AFP=연합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특정 반도체 칩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이 거센 비난에 나섰다. "자기 봉쇄이자 자해" "자유무역에 대한 야만적 공격"이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가 9일 사설에서 "미국 과학기술 패권주의의 가장 적나라한 폭로", "국제 무역규칙에 대한 가장 야만적인 위반"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미국이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 도구화·무기화하지만,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날을 세웠다. "미국의 이런 행태는 국제 과학기술 교류와 경제·무역 협력을 방해하고, 글로벌 산업·공급망의 안정과 세계 경제 회복에 충격을 줄 것이다." 앞서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고성능 인공지능(AI) 학습용 반도체와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 될특정 반도체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기업에 반도체장비 수출을 사실상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미국이 반도체와 관련해서 개별 기업이 아닌 특정 기술을 기준으로 중국을 겨냥해 포괄적이면서 고강도의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적 용도로 널리 전용될 수 있고, 중국 정부가 안면인식 프로그램 등을 인권탄압에 활용한다는 게 AI와 슈퍼컴퓨터용 반도체를 겨냥한 1차적인 이유다. 일찍부터 신장위구르 지역 등지에서 주민감시를 비롯한 반인권 상황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이 적용된다.

FDPR이란 제3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 등을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는 것으로, 일명 ‘화웨이식 제재’다. 다만 미국정부가 밝힌 방침에 따르면,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기업(multinationals)이 소유한 경우에 대해선 개별적 심사가 이뤄진다.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반도체 후공정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 D램 공장·후공정 공장·낸드 공장 등을 각각 운영 중인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이 이런 ‘별도심사’ 대상들이다.

한편 9일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은 중국의 침공으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엔지니어들을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 탈출시킬 것을 고려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대만이 점령당한다면, 미국은 TSMC 공장 시설을 파괴해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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