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오는 12일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 중반에 이르는 데다, 미국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p) 이상 벌어지면 환율·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는 만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가격표. /연합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오는 12일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 중반에 이르는 데다, 미국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p) 이상 벌어지면 환율·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는 만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가격표. /연합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사상 두 번째의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이 유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뚜렷하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8월의 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 중반을 웃돌고 있다. 특히 서비스와 같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서비스는 근원물가지수에 들어가는 대표적 항목이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물가지수는 106.53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상승률로는 지난 2001년 10월의 4.3%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서비스 가격은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있어 전체 물가 상승세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의 빅스텝 단행을 점치는 또 다른 주요 근거는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금리격차 확대, 그리고 이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위험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 7일까지 최근 3개월 새 8.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달러 대비 31개 주요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가치가 더 하락한 것은 물가상승률이 80%에 육박하는 아르헨티나의 페소(-15.2%)와 뉴질랜드달러(-9.2%) 2개 뿐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4분기에도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역전 차이가 벌어지면서 원화가치가 더욱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미 연준이 두 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로 약 2년 반 만에 우리나라의 2.25%를 앞질렀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같아졌지만 9월 미 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 단행으로 금리격차가 또다시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만일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만 밟고, 11월 초 미 연준이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 양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25%포인트에 이른다. 이어 11월 말 한국은행이 또 0.25%포인트만 올리는 반면 미 연준이 12월 최소 빅스텝만 밟아도 한미 기준금리는 각각 3.0%,4.5%로 격차가 1.5%포인트에 달하게 된다. 이는 지난 1996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역대 최대 한미 금리역전 폭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의 81.1%는 미 연준이 11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연준의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 단행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인 셈이다.

한미 간 금리격차가 커지면 환율이 또다시 급등세를 타면서 1500원선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수입물가 역시 더욱 뛸 수 있다. 한국은행이 미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에 대응해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에 대한 사전예고 지침인 포워드 가이던스의 수정을 시사한 점도 빅스텝 단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빅스텝을 단행하면 지난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또한 4·5·7·8월에 이어 역대 처음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오르는 것이다.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가계부채 이자부담 증가, 경기둔화 가속 우려가 있는 것은 한국은행으로서도 부담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0.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데 한국은행이 0.25%포인트 인상에 그친다면 이 또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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